‘학생 절벽’ 서울 초등교 첫 폐교 신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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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은혜초 “2월 폐교” 학부모 통보

서울에서 학생 정원 감소를 이유로 폐교를 신청한 초등학교가 처음으로 나왔다. 교육 분야에 본격적으로 ‘저출산 쇼크’가 밀려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는 지난해 12월 28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수년간 지속적인 학생 결원으로 재정적자가 누적됐다”며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법무법인의 조언을 받아 2018년 2월 말 폐교를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은혜초 재학생은 현재 235명으로 정원(350명)의 67.1% 수준이다. 올해 신입생 지원자는 정원(60명)의 절반인 30명에 그쳤다.

2000년대 들어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농·산·어촌을 중심으로 학교 통폐합이 이뤄졌다. 그 여파가 서울까지 미치기 시작한 셈이다. 2011년 이후 통폐합된 소규모 초등학교는 211곳에 이른다.

출생률이 1.17로 급감한 2002년 초등학생 수는 414만 명이었으나 15년 만인 2017년에는 267만 명으로 무려 150만 명이 줄었다. 서울 초등학생 수만 보면 올해 42만 명으로 같은 기간 30만 명 이상 급감했다. 반면 서울 초등학교 수는 2000년 532개교에서 2017년 603개교로 늘었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늘어나는 ‘수급 불균형’이 극심해지면서 은혜초 같은 사례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평구의 평균 중위 연령(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해당 연령)은 42.9세로 서울시 평균 중위연령(41.5세)보다 1.4세 높아 서울 25개 구 가운데 고령화 진행이 빠른 구로 꼽힌다.

학생들이 자동 배정되는 공립초보다 학생들을 직접 모집해야 하는 사립초부터 ‘저출산 쇼크’를 맞고 있다. 은혜초도 사립학교다. 인근 공립초 학생수는 연천초 328명, 수리초 541명, 불광초 957명으로 은혜초 학생수를 크게 웃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영어몰입 교육을 하는 사립초를 선호하는 학부모가 많았는데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수업 때 영어 수업이 금지되면서 올해 사립초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폐교 결정은 학부모나 학생, 교직원의 의견수렴 없이 학교 재단이 일방적으로 진행해 학교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은혜초는 28일 서부교육지원청에 학교 폐교 인가 신청을 한 뒤 가정통신문으로 이를 공지했다. 이어 방학식 당일인 29일에야 교직원 간담회와 학부모 간담회를 마련했다. 학교가 폐교되면 학생들은 전학을 가야 하고, 교직원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서울시교육청과 서부지원교육청은 은혜초의 폐교 인가 신청을 즉각 반려했다. 서부지원교육청 관계자는 “신입생과 재학생 전체 학부모들의 동의가 있어야 실제 폐교가 가능하다”며 “폐교를 하려면 현재 신입생이 졸업할 때까지 최대 6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재산 처분 및 교직원 고용 승계 문제 등 중장기적 계획을 보완하도록 학교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학부모 절반 이상은 ‘학교 폐교에 반대한다’는 연판장에 서명한 상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단 1명의 재학생이라도 학교를 다니겠다는 의사가 있으면 폐교를 할 수 없다”며 “학교를 계속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학교 재단 측은 교사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힘들다며 폐교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원활한 학교 운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임우선 기자
#학생 절벽#저출산#학생수#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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