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勢확대 절호 기회”… 勞, 전교조-공무원노조 합법화 총공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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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압박하는 노동계]조합원 10만명 서명 ‘촛불 청구서’

노동계가 조합원 10만 명의 서명을 받은 ‘촛불청구서’를 들이밀며 문재인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노조법 전면 개정 등을 촉구하는 요구서를 발표했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이날 이영주 사무총장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양심수 석방’과 ‘정치수배 해제’를 요구했다.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현재 복역 중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을 사면해 석방하고, 같은 혐의로 수배 중인 이 사무총장을 검거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총은 고용노동부 장관과 노사정위원장은 물론이고 각종 고용부 산하기관과 국회까지 노동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지금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최적기로 보고 총공세를 펴고 있다.

○ 속내는 ‘세 불리기’


노동계가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회원 수가 많은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를 통해 세력을 크게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ILO 협약은 노조를 조직할 권리(결사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교사와 공무원의 노조 활동 역시 인정한다. 정부가 협약을 비준하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바로 합법 조직이 된다. ILO 협약은 비준 즉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현행법상 노조를 만들 수 없는 보험설계사와 택배기사 등 약 23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직’의 노조 설립이 탄력을 받게 된다.

양대 노총은 이날 ILO 협약 비준 이외에도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노사 자율에 맡김) △모든 노조에 교섭권 부여(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 △파업권이 제한되는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 축소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 적용 등 형사처벌 전면 폐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폐지 등을 요구했다.

한마디로 노조법을 전면 개정해 노조 설립과 활동의 자유를 무제한 확대해 달라는 요구다. 만약 노동계의 요구대로 ILO 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 요구가 실현된다면 노동계는 엄청나게 세를 불리는 동시에 지금보다 더 막강한 ‘노동 권력’을 갖게 된다.

○ 촛불청구서에 난감한 정부

노동계의 청구서가 밀물처럼 밀려들면서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ILO 협약 비준을 약속했다. 협약 비준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관련법(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은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두 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약만 비준하면 협약과 법이 충돌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10월 유엔에 ILO 협약을 비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도 비준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다. 일단 전교조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 뒤 관련법을 개정하고, 이후 협약을 비준하는 게 순리라는 계산에서다. 문 대통령은 9월 방한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을 만나 “국제 노동기준에 맞게 국내 노동법을 정비하는 문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노총 한 위원장에 대한 사면 역시 정부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법무부가 검찰에 지시한 사면 기준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세월호 진상 규명 등 특정 집회 5개에 참가했다가 처벌받은 사람으로 한정돼 있다. 한 위원장과 이 사무총장이 주도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 사무총장의 수배 해제 역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또 양대 노총이 이날 추가로 요구한 노조법 개정은 문 대통령의 공약에 없는 내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년만 기다려 달라는 대통령의 간곡한 호소를 노동계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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