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 47명중 사기혐의 39명… 마약-절도 1명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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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도주 ‘범죄자’ 전세기 송환]보이스피싱-가상화폐 범죄 포함
외국수용소 있으면 형집행기간 제외… 피의자들 상당수 차라리 귀국 원해
비행기 임대 등 1억 안팎 경비 들어

‘한국판 콘 에어’를 통해 14일 한국으로 송환된 47명은 대부분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했다가 현지에서 검거된 피의자다. 일부는 현지 한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보이스피싱과 가상화폐 투자 등 사기 피의자가 39명으로 가장 많다. 도박이나 마약·절도 피의자도 있다. 필리핀에서도 살인 납치 등 흉악범죄 피의자는 검거 즉시 송환된다. 하지만 사기범은 혐의를 밝히기 어렵고 우선순위에서 밀려 송환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47명 중에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인 일당 21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검사나 은행원을 사칭해 피해자 91명에게서 약 11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15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투자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조모 씨(53)도 송환됐다. 조 씨는 가짜 가상화폐인 ‘헤지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돈을 불려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사기 피해자만 3만5000여 명에 이른다.


한국과 필리핀 당국이 이번 집단 송환을 논의하기 시작한 건 9월. 마닐라 외국인수용소에 있는 한국인 피의자가 90명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일부는 현지에서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었다.

또 한국인 피의자 중 상당수는 귀국을 원했다. 외국인수용소에서 지낸 기간은 형 집행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타국에서 고생하면서 시간만 허비하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수용소의 위생상태가 열악하고 피부병 등 감염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송환 비용은 한국 정부의 예산으로 충당한다. 해외에서 검거된 피의자는 범죄인인도조약 등에 따라 국가기관 직원의 동행 없이는 귀국할 수 없다. 이번 송환에는 비행기 임대비용 등을 포함해 1억 원 안팎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송환된 피의자들은 수용소에 수감된 인원의 절반가량이다. 이들은 현지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다. 필리핀에서 현지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면 필리핀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 필리핀 바기오 한인회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는 기소 후 판결까지 5∼10년이 걸린다. 일부 범죄자가 송환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사람을 시켜 자신을 고소하게 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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