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총기사고’ 피해자 유족 “엑스레이 상 탄두 모양, 도비탄으로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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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28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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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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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의 한 육군부대에서 A 일병(22)이 머리에 총탄을 맞아 숨진 가운데, 유족은 이번 사건이 인근 사격훈련장에서 날아온 ‘도비탄(跳飛彈)’에 의한 사고로 추정된다는 군 발표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A 일병의 외삼촌인 윤기열 씨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만약 도비탄이었을 경우 딱딱한 물체에 부딪히기 때문에 탄두가 원래의 형태를 갖추기는 어렵다”며 “그런데 엑스레이(X-ray) 상으로는 탄두의 모양이 많이 유지돼 있기 때문에 유족들은 도비탄이 아닌 실제 사격에 의해서 사망한 걸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철원군 소재 육군 모부대 소속 A 일병은 지난 26일 소대원 20여 명과 함께 진지공사를 마친 뒤 걸어서 부대로 복귀하던 중 갑자기 날아온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소대가 사격훈련장 인근 전술도로를 지나갈 당시 사격훈련장에서는 K2 소총 사격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군 수사기관은 사격훈련이 진행 중이던 사실로 미뤄 도비탄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윤 씨는 이에 대해 “왜 확인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발표를 하느냐. 어쩔 수 없는 사고사로 얘기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라고 군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윤 씨는 이어 A 일병의 사망 사고를 목격한 동료 병사들의 말을 빌려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씨에 따르면 사격훈련이 진행될 때 경계병이 사고가 발생한 길을 지나가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하지만 일부 병사는 이 경계병조차 만나보지 못했다고 진술했고, 일부는 ‘보기는 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해당 경계병을 직접 만났다며, “경계병이 ‘지휘관으로부터 어떠한 임무도 지시받은 적이 없고, 어떤 곳에 있어야 될지도 (지시)받지 못해서 자기들이 올라왔을 때 어디에 서서 뭘 해야 되는지 혼돈스러웠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인솔자는 음악을 들으면서 길을 건너고 있었다. 인솔자는 음악소리가 커서 총성이 묻혔다고 했으나 다른 병사들은 총성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사진=사고 장소로 추정되는 장소의 구글 지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사고 장소로 추정되는 장소의 구글 지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윤 씨는 군에서 GPS로 잰 거리 상 병사가 총을 쏘는 사격대에서 A 일병이 걸어가던 길까지 거리가 약 400m 정도였다고 밝혔다. 당시 사격 훈련에 사용되던 K2 소총의 유효사거리는 460~600m로 유효사거리 내에서 A 일병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

그는 “항상 위험을 내재하고 있고 군에서도 어느 정도 위험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좌우측에 경계병을 세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그런데 그 경계병 안전교육이라든지 지휘관의 마인드가 너무 군인으로서의 자세, 상식이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26명 중에 저희 아이가 다쳤지만 26명이 모두 사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며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에 대해 군에서 철저하게 주사해주고 다시 재발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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