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초등생 3분의 1 줄어들때… 교사는 오히려 30%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초저출산시대 학령인구 분석

한국의 초저출산 시대는 15년 전인 2002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40∼60대가 태어난 1955년부터 1974년까지 국내 출생아 수는 매년 90만∼100만 명 선이 유지됐지만 1980년대 들어서는 80만∼90만 명 선으로 낮아졌고, 2002년 이후로는 그 수가 직전 세대에 비해 20만 명 이상 급감해 40만 명대가 됐다.

이에 따라 2000년 당시 초등학생은 약 400만 명, 중학생은 200만 명, 고등학생은 230만 명 규모였지만 2002년 출생아들이 학교에 입학한 2008년부터 급감해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 수는 각각 267만, 146만, 178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6년 현재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14.6명(2014년 OECD 평균 15.1명) △중학교 13.3명(13.0명) △고교 13.4명(13.3명)으로 이미 OECD 평균 수준이 됐다. 2035년이 되면 초중고교 학생 수는 각각 230만, 115만, 118만 명으로 떨어져 지난해보다 14%, 21%, 3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학생은 급감, 교사는 급증

2000년 이후 지난 16년간 국내 초등학생 3명 중 1명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초등교원 수는 14만 명에서 18만3000여 명으로 30% 이상 늘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OECD 수준에 못 미치니 교사 확충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인구 급감을 겪고 있는 한국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정책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결과 최근 임용 대란이 발생하는 등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부담을 낳았다는 뜻이다.

동아일보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인구학연구실 조영태 교수가 현재 초등교원 수를 기준으로 향후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따져보니 2024년에는 13.3명, 2035년에는 12.0명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만약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치에 맞추면 2024년에는 2만3000여 명의 초등교사가 필요 없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학교는 올해를 기점으로 교사 1인당 학생수가 OECD 평균치보다 낮아지면서 당장 6500명의 교사가 잉여자원이 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에는 1만3000여 명의 교사가 줄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출산 세대의 시작으로 분류되는 2002년생들은 현재 중3이다. 이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는 고교의 교사 수급 불균형이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고교생 수는 올해보다 10만 명 이상 감소한다. 교사 공급 과잉은 갈수록 극심해져 2024년에는 4만 명 가까운 교사가 잉여자원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간제 교사와 같은 비정규직 교원 수는 아예 포함시키지도 않은 수치다.

○ 교사 인건비에 교육재정 절반 쓴다

아동 수가 급감해 신규교원이 충원될 방법은 기존 교사들이 나가는 것뿐이지만 퇴직 규모는 오히려 줄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만1694명의 교사가 신규 임용될 동안 퇴직교사 수는 2만2432명에 그쳐 교사 규모는 계속 증가해 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기 불안이 이어지면서 퇴직하려는 교사 수요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퇴직교원 수는 3320명으로 지난 5년 중 최저였다”고 전했다.

통상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줄면 교육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전남 지역 초등학교에서 2학년생을 가르치는 김혜경 교사는 “학생 수가 4명에 불과해 모둠활동이나 토론수업이 불가능하다”며 “즐거운생활 등에 나오는 놀이 활동마저 교과서대로 할 수가 없어 변형해 가르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길한 진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 이상적으로 보는 학생 수는 10∼15명”이라며 “인구절벽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10명대인 상황에서는 1수업 2교사제 같은 건 별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 재정이 교사 인건비에 집중되면 학교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 개선, 교사 재교육 등에 투자할 예산이 줄어 교육의 질이 오히려 악화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각 시도 교육청 예산에서 인건비 비중은 절반에 이르러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8조1277억 원의 예산 중 3조5253억 원(43%)을 교사 인건비로 지출했다. 반면 교육 관련 프로그램 투자는 △문화예술교육 활성화(123억 원) △과학교육과정 운영 내실화(103억 원) △원어민 교사 및 보조강사 운영(246억 원) 등 수백억 원대에 그쳤다.

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초중고#교사#출산율#학생감소#학령인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