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미란 변호사의 쉬운 법이야기]알고보면 잔혹한 동화 속 주인공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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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헨젤과 그레텔. 동아일보DB
동화 헨젤과 그레텔. 동아일보DB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에게 종종 짬을 내어 동화책을 읽어 줍니다. 그런데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렸을 때는 그냥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가 참 잔혹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변호사로서 각종 사건·사고, 분쟁을 다루다 보니 생긴 직업적 관심 때문일 것입니다.

그림 형제의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에 수록되어 있는 ‘헨젤과 그레텔’만 보더라도 그 내용이 사실은 굉장히 끔찍한 범죄의 연속입니다. 가난한 나무꾼 아버지와 마음씨 고약한 계모는 식량이 부족해지자 남매를 숲속에 버리기로 합니다.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게 된 어린 남매는 부모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갈 때 길목마다 자갈을 흘려두었다가 그 자갈을 보고 집으로 되돌아오지요.

다음 날 계모는 아이들이 자갈을 주우러 가지 못하게 하고 또다시 숲속으로 데리고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자갈 대신 빵 조각을 뿌려두지만 빵 조각은 산새들이 쪼아 먹어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마녀의 과자 집에 잡혀서 온갖 고생을 하게 되지요.

부모는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잘 가르치면서 기를 의무가 있고(민법 제913조), 형법은 법률상 또는 계약상 누군가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보호 대상을 내다 버리면 유기죄로 처벌합니다(형법 제271조). 내다 버려서 상해에 이르거나(유기치상), 사망에 이르면(유기치사) 가중처벌을 받고(형법 제275조 제1항), 특히 아동에 대한 유기나 학대는 아동복지법이라는 특별법을 통해 더 광범위하고 가중된 제재를 받습니다(아동복지법 제71조, 제17조).

헨젤과 그레텔의 부모가 ‘아이들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숲속에 버린 것이라면 살인 혐의까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내다 버렸어도 다치게 하거나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져도 유기치상 또는 유기치사의 범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만일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내다 버렸다면 이는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형태의 고의를 ‘미필적고의(未必的故意)’라고 합니다.

얼마 전 아들에게 읽어준 책은 ‘잭과 콩 나무’입니다. 소와 맞바꾼 요술 콩 5개는 하룻밤 사이 하늘까지 치솟은 콩 나무로 자랍니다. 잭은 콩 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커다란 궁전에서 거인이 졸고 있는 사이 금화가 가득 든 자루, 황금 알을 낳는 암탉을 훔칩니다. 그리고 노래하는 금으로 된 하프를 훔치다가 거인에게 들키지요. 땅으로 먼저 도망친 잭은 도끼로 콩 나무를 베어 버리고 거인은 콩 나무에 매달려 추락사하고 맙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면 형법 제329조에 따라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사람을 때리고 협박해서 물건을 빼앗으면 강도죄로 처벌됩니다(형법 제333조). 그런데 도둑질을 하다가 들켜 도망치다가 사람을 때리거나 협박하면 결국 강도와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이를 ‘준강도’라고 하지요(형법 제335조). 준강도든 강도든 사람을 살해하면 강도살인죄가 성립합니다(형법 제3338조). 모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서운 범죄 같습니다. 하지만 동화는 그저 동화일 뿐이겠지요?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헨젤과 그레텔#미필적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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