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곳 경쟁률 3년째 하락… 새 대통령, 대입정책 바꿀텐데… 영재학교 고민 쌓이는 학부모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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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입생 경쟁률 14대 1… 학생수 줄고 의대 불이익에 하락
대입 ‘학생부종합’으로 중심 이동… 자사고-특목고 폐지 움직임
학부모들 “어디 보내야 할지…”

“영재학교에 합격해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학부모 박모 씨(46·여)는 중학교 3학년 딸의 영재학교 원서를 내고도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준비해온 딸의 영재학교 지원을 망설이는 이유는 대선 후보들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대입에서 특기자전형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수학·과학 특기자전형은 영재학교나 과학고 출신이 대학에 가는 주요 통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대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착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박 씨는 딸이 일반고에 가는 게 대입에 유리하지 않나 생각한다.

21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전국 8개 영재학교의 2018학년도 경쟁률이 14.01 대 1(정원 내)로 3년 연속 하락했다. 23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한국과학영재학교 대전과학고 대구과학고 광주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경쟁률은 지난해(15.09 대 1)보다 떨어졌다.

영재학교 경쟁률은 2014학년도 16.09 대 1에서 2015학년도 18.41 대 1로 상승했다가 2016학년도(18.26 대 1)부터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원인은 중학교 학령인구의 감소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올해 중3 학생 수는 약 46만 명으로 지난해(52만 명)보다 약 6만 명, 2015년(59만 명)보단 13만 명이 적다”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모든 영재학교가 ‘의대 진학 시 교사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고 고교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은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을 입학전형 요강에 명시한 게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부터 모든 영재학교가 2단계 영재성 검사 일정을 통일해 중복 지원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건 대선 뒤 바뀔 고등학교와 대입 정책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학고나 외국어고 국제고 같은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입시 경쟁률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낼지 말지 가장 혼란스러워한다. 문 후보는 과학고는 유지하겠지만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의 형태는 유지하지만 추첨제로 선발하겠다고 공약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받아 교육하는 위탁 교육기관으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여기에 문 후보는 현 중3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계에서도 요구하는 사안. 하지만 고교 내신 체제를 어떻게 할지는 대선 후보 중 아무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학부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부 역시 7월이나 돼야 현 중3에게 적용될 고교 내신 평가 방법과 수능 개편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발표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특목고나 자사고 선호가 늘어난다.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가 폐지되고 대입에서 특기자전형까지 없어진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한 학부모는 “아이를 자사고에 보내려 준비해 왔는데 차기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임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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