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끈 폐광,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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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국 근대화 1등공신”… 강원랜드, 동원탄좌 등재 추진
성공땐 세계적 관광 명소 기대

현재 사북역사체험관으로 탈바꿈한 옛 동원탄좌(현 사북역사체험관)의 외관. 현재 이곳에는 광산시설물과 유물이 다량 남아 있다. 정선군 제공
현재 사북역사체험관으로 탈바꿈한 옛 동원탄좌(현 사북역사체험관)의 외관. 현재 이곳에는 광산시설물과 유물이 다량 남아 있다. 정선군 제공
 우리나라 산업화, 근대화를 이끈 석탄산업 현장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을까. 강원랜드는 2004년 폐광된 강원 정선군 사북읍의 동원탄좌가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유네스코에 등재될 만한 산업유산이라고 판단해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12건이 등재돼 있지만 모두 역사적 유적지다. 반면 이번에 추진하는 동원탄좌는 폐허가 된 산업유산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강원랜드는 한국의 근대화 역사가 짧고 압축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산업유산은 산업화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탄광이 최적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유네스코 본부와의 협의 자리에서 강원랜드는 동원탄좌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했고 유네스코 측도 공감과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는 탄광유산 및 산업유산, 문화재 등재, 문화예술, 건축설계 분야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세계유산의 보전 및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지역과 강원랜드를 위한 가용 방안 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국내외 인지도가 높아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 또 유산 보전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세계유산기금 등 재정적 지원도 뒷받침돼 보전 방식이 더 체계화된다는 이점이 있다고 강원랜드는 분석했다.

 동원탄좌는 석탄 개발로 주변 도시를 성장시켰던 지역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정선에서는 1950년대 초 함백탄광이 문을 열긴 했지만 석탄 개발이 본격화된 것은 1963년 동양 최대 민영 탄광인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문을 연 때부터라는 게 업계와 학계의 중론이다. 이어 1966년 태백선이 정선 고한까지 개통되면서 일대는 석탄산업으로 최대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현재 정선군 인구는 4만 명이 안 되지만 당시에는 사북읍 인구만 2만 명이 넘었고 마을 10가구 가운데 8가구가 광업에 종사했다. 특히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1978년 국내 석탄 생산량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규모를 자랑했다. 1985년에도 전국 석탄 생산량의 13%를 차지했을 정도였고 재직 광원만 6300여 명이었다. 그러나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도 결국 2004년 10월 31일 문을 닫았다.

 다른 탄광은 폐광과 함께 대부분 사라졌지만 이곳은 사북석탄역사체험관으로 탈바꿈해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48m 높이의 수직갱 타워가 있고 광원들이 사용하던 세탁장과 세화장(洗靴場)도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또 광산시설물 철거 현장에서 발굴된 2만여 점의 유물이 보관돼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폐광지역 주민들 스스로가 독자적인 산업유산과 고유한 문화 등을 활용해 주도적으로 개조해 나가면서 교육, 역사, 문화가 살아있는 재생도시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세계유산에 등재된다면 주변의 천혜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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