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에 ‘땅 소송’ 낸 교수 아들, 패소…법원의 이유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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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고령의 모친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으면서 부동산을 물려달라고 소송을 낸 아들에 대해 법원이 "망은(忘恩·은혜를 저버림) 행위"라며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판사 박형남)는 장모 씨(62)가 "24년 전 증여하기로 약속한 땅을 달라"며 어머니 A 씨(92)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A 씨는 1992년 아들 장 씨가 미국 한 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되자, 자신이 가진 서울 용산구 건물과 땅을 아들 가족에 증여한다는 내용의 증여증서를 썼다. A 씨는 먼저 건물부터 증여한 뒤 건물 임대수익은 자신이 숨질 때까지 아들과 나누기로 하는 공동사업계약서도 썼다. 하지만 이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A 씨가 2008년 기존의 증여증서와 달리 '용산구 땅을 5등분 해 4명의 자녀와 사후 산소를 돌봐줄 사람에게 나눈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하자, 아들 장 씨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장 씨는 성공한 의사이자 교수로 자리 잡은 뒤에도 가끔 입국해 방문하는 것 외에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양측이 맺은 증여계약은 장 씨의 망은 행위로 인해 적법하게 해제됐으므로 소유권을 넘겨달라는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어머니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 민법은 증여를 받는 사람이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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