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노량진수산시장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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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 새 시장 일반인 배정 접수… 입주거부 상인 상대 소송 압박도
상인들은 전통시장 보존 요구 고수, 서울시 “양측 평행선… 중재 힘들어”
파행에 최근 석달 경매 100억 감소

 
시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4월 ‘전통시장 보존’을 요구하며 현대화 사업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시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4월 ‘전통시장 보존’을 요구하며 현대화 사업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신축 건물 잔여 공간의 일반 배정이 다시 이뤄진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지난달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간 배정을 추진하다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시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갈등 해결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28일부터 수산시장 잔여 점포를 배정하기 위한 일반인 접수를 시작한다고 26일 밝혔다. 모집 대상은 어업 종사자(수협 조합원 가족)와 서울 동작구 내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약자다.

 이번 조치는 시장 현대화 사업에 반대하며 신축 건물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옛 시장 상인들에게 사실상 초강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다. 당초 수협 측은 지난달 초 일반인을 대상으로 신축 시장의 잔여 공간을 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잔류를 고집하던 옛 시장 상인 중 60여 명이 신축 시장 입주 의사를 밝히며 갈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자 모집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수협 측은 입장 변화를 보인 상인들을 통해 나머지 상인들을 설득하는 한편 물밑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옛 시장을 보존하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지난달 27일 시민 공청회까지 열렸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상인들로 이뤄진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총연합회 측은 24일 하승창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만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은 실패했다”며 전통시장 보존과 판매 상인의 법적 지위 보장을 요구했다. 연합회 측은 △법적 시장 개설자로서 서울시의 후속 조치 △판매 상인의 법적 지위 보장 △서울시와 상인들이 출자한 관리법인 설립 △원형 보존 원칙에 따른 현대화 사업 재논의 등을 주장했다. 주민참여기본조례에 따라 서울시장은 시민 공청회 이후 한 달 안에 서울시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재자’ 역할을 고수해 온 서울시의 입장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형식적 시장 개설자로 시 예산이 전혀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재 외에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면서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갈등은 노량진수산시장의 매출에도 영향을 끼쳤다. 26일 수협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7∼9월) 시장 경매 거래 실적은 총 646억900만 원으로 전년 동기(757억4200만 원)에 비해 100억 원 이상 줄었다. 올해 콜레라 등 악재가 있었지만 수협 측은 현대화 사업 갈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수협 측은 일반인 공고와 별개로 옛 시장 상인들의 불법 영업에 대한 명도 소송을 계속 강행할 방침이다. 수협 관계자는 “옛 시장 상인들이 전통시장 고수만을 주장하고 있어 사실상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마지막까지 협상의 여지는 열어 두겠지만 금전적 손실이 이어지는 만큼 일반인 모집과 법적 대응을 함께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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