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불감증에 감투싸움까지… 난장판된 달서구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의장단 선거 후유증으로 갈등 심화 ,고성 지르고 말다툼 등 추태 잇따라
시민들 “대구 이미지에 먹칠” 비난

 “기초의회 역할은 팽개치고 지역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대구 달서구의 한 간부는 요즘 옆 건물에 있는 구의회만 보면 짜증이 난다. 인구 61만 명으로 자치구 가운데 전국 2위인 달서구가 구의회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2일 “의원들의 무능한 행태가 대구 이미지까지 먹칠을 할 정도”라며 “자정 능력을 상실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달서구의회가 잇따른 볼썽사나운 일로 비난을 사고 있다. 자리다툼 끝에 후반기 원 구성을 68일 만에 하더니 의장단 선거 때 불거졌던 후유증으로 편이 갈라져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의원 23명은 의장파 12명과 비의장파 11명이 대립하고 있다.

 달서구의회는 11일 의원 22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회를 열었다. 이날 초점은 초등학교 4학년 딸을 자신의 부인이 근무하는 학교로 전학시키려고 위장 전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허시영 의원(43)의 제명 문제였다. 윤리특별위원회는 10일 회의를 열고 허 의원의 제명을 의결했다. 의원 7명이 참석해 6명이 찬성했다.

 비공개로 진행한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는 허 의원을 빼고 찬성 7표, 반대 14표가 나왔다. 찬성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16표)을 채우지 못해 허 의원의 제명은 부결됐다. 참석 의원은 새누리당 15명, 더불어민주당 5명, 무소속 1명이다. 구청 직원은 “상임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을 본회의가 뒤집는 일이 빈번하다”며 “의원끼리 고성을 지르고 말다툼을 벌이는 촌극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2014년 자신보다 열다섯 살 많은 50대 간부 공무원의 정강이를 걷어찼다가 출석정지 25일의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 “딸의 불안 증세를 완화시키려는 순수한 뜻”이라고 해명해 빈축을 샀다. 한 의원은 “부모의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며 위법 행위를 감쌌다.

 달서구의회는 이날 건강상 이유로 11개월째 출석하지 않는 박병태 의원(54)의 사직 건을 처리했다. 박 의원이 사직서를 낸 지 두 달여 만이다. 그동안 특정파가 의회를 장악할 것이라고 판단한 반대파가 임시회 출석을 거부하며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의회 관계자는 “그만두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박 의원에게 의정비 600만 원이 지출됐다”고 말했다.

 달서구의회의 도덕 불감증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임시회에서 올해 6월 술에 취해 통제시설인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에 들어가려고 소동을 벌인 구상모 의원(57)의 징계 건을 놓고 비공개 회의를 열어 공개 사과로 결정했다. 당초 기초의원의 갑질 논란으로 출석정지 요구가 있었는데도 징계 수위를 낮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주민 김모 씨(40)는 “자질이 의심되고 위법 행위를 일삼는 의원들이 어떻게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겠느냐”며 “정책 경쟁을 보여도 시원찮은데 패싸움만 하는 의회는 소용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실련은 12일 ‘달서구의회의 행태를 개탄하며 사과와 시정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대구경실련은 “허 의원에게 면죄부를 부고 징계마저 편싸움으로 변질시킨 달서구의회를 바로잡으려면 외부 인사 중심의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영훈기자 jang@donga.com
#달서구의회#의장단 선거#허시영#구상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