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타령만 하는 조직위… 복귀할 궁리만 하는 파견공무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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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긴급점검]조직위-정부-강원도 엇박자

18일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 특별위원회’의 현장 시찰이 있었던 강원 평창군.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강원 원주갑)이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돈 얘기만 하지 말라. 평창 올림픽과 관련해 수혜를 입는 지역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위원회의 현장 시찰 기간 중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계속해서 “적자 대회가 될 것이다. 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86개이던 대회 세부 종목이 소치 올림픽 때는 98개로 늘었고, 평창 올림픽 때는 100개가 넘는다. 그래서 적자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못지않게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가 각자의 목소리만 내며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사사건건 예산 부족을 들먹이면서 조직위 민간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정부 파견 공무원들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조직위의 민간 직원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에 평창 올림픽의 현지 홍보를 위해 마련한 사무실 의자 구입 비용을 예산으로 신청하자 조직위에 파견된 재정 담당 공무원은 “사과 궤짝 갖다 놓고 일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쓸 돈 없다”며 면박을 줬다. 조직위 관계자는 “예산이 넉넉지 않다는 것은 우리도 안다. 그래서 우리도 아껴 쓰려고 한다. 하지만 뭘 좀 해보겠다고 회의 때 아이디어를 내면 번번이 재정을 담당하는 파견 공무원이 ‘돈도 없는데 그런 걸 왜 하느냐’고 묵살해 이제는 직원들도 웬만한 건 아예 말도 꺼내지 않는다”고 전했다.

1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에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뒷줄 오른쪽)과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별위원회의 황영철 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주요 경기장 건설 공사 진척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평창=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 타워에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뒷줄 오른쪽)과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별위원회의 황영철 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주요 경기장 건설 공사 진척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평창=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또 조직위에 파견 나온 공무원들은 대부분 승진에서 누락될 것을 우려해 소속 부서로 서둘러 돌아가기만을 바란다. 업무에 대한 애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88년 서울 올림픽 때처럼 조직위원장에게 공무원 승진 등의 인사권을 준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소치 현지 참관을 갔던 강원도 파견 공무원 28명과 정부 파견 공무원 8명은 조직위 파견 기간이 끝나자 소속 기관으로 복귀해 버렸다. 조직위 예산으로 소치 올림픽 기간에 파견돼 대회 운영 경험을 쌓은 공무원들이 파견 기간이 끝나자 조직위를 떠나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공무원들의 잦은 이동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업무 협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5월 취임한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이제부터 조직위에 파견을 오는 공무원들에게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소속 기관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이 역시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족한 예산에 대해서도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는 각자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감사원은 3, 4월 감사를 실시한 뒤 “강원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비탈면 안정성 검토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개선할 것을 강원도에 통보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8월에야 안정성 검토와 관련한 첫 회의를 열었다. 강원도는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사업비를 받아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업비를 책정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의 사업비가 늘어난 데는 강원도의 책임도 있다.

당초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은 평창 알펜시아에 있는 스키점프 경기장이었다. 하지만 IOC가 스키점프 경기장은 너무 좁아 개·폐회식 장소로 부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업비 절감을 위해 강릉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평창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강원도는 평창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결국 평창에 개·폐회식장(올림픽 플라자)을 새로 짓기로 하면서 추가로 들어가게 된 돈이 1541억 원이다.

이렇다 보니 조직위가 2011년 7월 올림픽 유치 당시 IOC에 보고한 대회 예산은 1조760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10월 조직위가 세운 3차 재정계획에서는 2조2731억 원으로 늘었고 이마저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7월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최소한 2244억 원의 사업비가 부족’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조직위는 10월 중 IOC에 제출할 4차 재정계획에 사업비 5000억∼6000억 원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종석 wing@donga.com·권기범 기자
#평창올림픽#적자대회#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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