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車로 장거리 낯선 길 운전… 휴가철 순간방심 대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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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났다하면 대형 인명피해


장거리 운전, 낯선 도로, 많은 탑승자.

휴가철 교통사고 피해를 키우는 결정적 요인들이다. 4명이 숨진 2일 부산 남구 싼타페 사고 역시 휴가를 맞아 일가족이 물놀이를 가다 빚어진 참극이었다. 지난달 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추돌사고는 장거리 운행에 나선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 이유 있는 휴가철 교통사고 증가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휴가철(7, 8월)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월평균 1만9421건이 발생했다. 비휴가철에 비해 5.1% 많다. 특히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비휴가철보다 사고 건수가 19.1%, 부상자가 무려 28.7%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철에는 고속도로뿐 아니라 좁고 곡선구간이 많은 지방도로도 자주 이용한다. 평소엔 잘 이용하지 않다 보니 대부분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해 운전한다. 낯선 도로에서 운전하는 경우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져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1일 오전 3시경 강원 속초시 설악산 인근 국도에서 5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길가에 누워 있던 여행객을 치었다. 피해자는 사망했다. 지리도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가 도로에서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다. 지난달 10일에는 강원 횡성군에서 유모 씨(49)의 중형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충돌해 SUV 운전자가 사망했다. 길을 잘못 들어선 유 씨가 무리하게 역주행하다 발생한 사고였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 졸음운전으로 인한 고속도로 교통사고 치사율은 14.1%다. 전체 치사율(4.7%)의 3배에 달한다. 국도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2일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70대 운전자가 강원 삼척시로 여행을 가다 국도에서 앞서 가던 승용차를 추돌한 뒤 중앙선까지 넘어 마주오던 승용차 3대를 또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첫 추돌 승용차의 동승자가 사망했다. 경찰은 가해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며 “냉각수와 브레이크 오일 점검 등 차량 관리와 안전수칙 준수 등 기본에 충실한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2차 사고가 더 위험

지난달 24일 새벽 경남 양산시 중앙고속도로지선 물금나들목 인근 1차로. A 씨(55)의 승용차가 커브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춰 섰다. 밖으로 나온 A 씨는 갓길로 대피하지 않고 소지품을 챙기러 차량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동승자가 사고 지점 5m 앞에서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삼각대나 불꽃 신호기는 없었다. 그 순간 속도를 줄이지 못한 다른 승용차가 A 씨 차량을 들이받으면서 A 씨가 숨졌다.

고속도로 이용이 잦은 휴가철엔 2차 사고 확률도 높아진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 7월까지 고속도로 2차 사고는 335건이 발생해 183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54.6%로 일반 사고 치사율 8.3%의 약 7배에 달했다. 김동국 한국도로공사 교통사고분석차장은 “사고 잔해를 피해 갓길로 돌진하는 차량이 있기 때문에 사고 지점에서 50m 이상 떨어진 곳이나 갓길 밖 공간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1차 사고 후 서로 책임을 따지느라 도로 위에 서 있는 건 금물이다.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는 도로 위 실랑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과실비율 인정기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뒤 사고 유형별로 각 운전자의 법규 위반 사항 등을 입력하면 현장에서 바로 과실 비율을 알 수 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휴가철 과실 비율 분쟁 건수가 비휴가철에 비해 10.7% 많다”며 “왜 이런 과실 비율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유형별로 단순화한 동영상 자료와 관련 법원 판례도 앱에서 같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박성민 기자
#교통사고#휴가철#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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