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사 자살사건’ 관련 부장검사 해임 징계 청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1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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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홍영 검사(33·사법연수원 41기)가 세상을 등진데 책임이 있는 김모 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27기)를 감찰 조사한 검찰이 김 부장검사에 대해 ‘해임’ 징계를 건의했다. 검찰이 후배에 대한 폭언·폭행을 이유로 검사를 해임 징계를 청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언론에서 제기된 김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은 대부분 사실이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김 검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저질러 그를 자살로 내몬 책임으로 김 부장검사를 법무부에 해임의견으로 징계를 청구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검사가 올해 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을 당시 김 부장검사는 김 검사가 소속된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이었다.

대검 감찰위원회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이던 당시 김 검사가 장기미제 사건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검사에게 폭언을 하는 등 다른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폭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또 부회식에서 술에 취해 김 검사를 질책하며 손바닥으로 등을 때리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에서 근무할 때 법무관에게도 인격모독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중요하지 않은 사실을 보고했다며 법무관에게 욕설을 했다. 또 민원이 발생한 사안에 대한 경위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를 구겨 바닥에 던지기도 한 것으로 감찰 결과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에서 법조인력과장 등을 지냈다.

검찰은 이 같은 감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김 부장검사가 김 검사를 죽음으로 내몬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대검 감찰위원회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의 품성이나 그동안의 행위를 봤을 때 더 이상 검사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해 해임 징계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소중한 인재이자 부모님의 귀한 아들을 잃게 만든 점에 대해 그 어떤 말로도 위로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검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검찰 조직의 상명하복 문화가 민낯을 드러내자 검찰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움직인 측면이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직 안팎의 의견을 모아 부장검사 이상 등 관리자급 검사의 역할을 정립할 방침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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