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최고수… ‘검은띠 3총사’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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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1급 공인전문검사 3명 첫 선정

범인보다 한발 늦게 진상을 추적하는 검사는 늘 불리하다. 내부자의 공모나 은폐가 있을 땐 특히 그렇다. 지능화된 수법으로 흔적이 줄어만 가는 범죄를 밝히기 위해서 전문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0일 시세조종, 유사수신·다단계, 성폭력 등 3개 분야 ‘수사 대가’ 3명을 1급 공인전문검사인 ‘블랙벨트’로 인증했다. 2013년부터 검사 전문화를 위해 101명의 공인전문검사를 배출했지만 모두 2급 ‘블루벨트’였고 블랙벨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블랙벨트는 블루벨트 후보군 중에서 경력과 전문지식, 인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했다.

시세조종 분야 첫 블랙벨트로 인증된 문찬석 순천지청장(55·사법연수원 24기)은 6일 “부동산 침체와 저금리로 서민과 중산층의 돈이 증권시장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증권범죄는 국민들의 돈을 약탈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초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맡은 문 지청장은 거래소와 금감원, 증권선물위 등을 거쳐야 했던 증권범죄 사건을 한 번에 넘겨받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정착시켰다. 지난해 ‘금융범죄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서울남부지검 초대 2차장을 맡으며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기관투자가들의 뒷돈 관행,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과 펀드매니저들의 불법행위 등 과거에 적발되지 않았던 범죄들을 솎아냈다.

그는 “지난해 적발된 사건들은 단순한 모럴해저드가 아니라 고학력 고소득자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조직적 범죄”라며 “전문직인 펀드매니저와 회계사들에 대한 사법 처리도 주목할 성과”라고 밝혔다.

‘안양 발바리 사건’ 등 굵직한 성폭력 사건 800여 건을 처리하며 성폭력 분야 블랙벨트로 선정된 박현주 부산지검 형사3부 부부장(45·여·31기)은 “최근 이슈가 되는 성폭력 사건들을 보면 섬마을이나 가출팸처럼 고립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보호자 내지 지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범죄 예방을 국가의 일로만 생각하지 말고 각자 주변에 있는 성폭력 사각지대의 워치도그(감시견)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 검사는 범행 대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경기 안양에서 근무할 당시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큰 소년원을 돌며 교육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소녀를 1년 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로 다시 만났다. 이 소녀는 박 검사가 가르친 것처럼 피해 사실을 곧바로 112에 신고했고 경찰관과의 상담 내용은 범행을 부인하는 가해자를 구속시키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됐다.

2조 원대 제이유그룹 사기 사건을 담당하며 주범 31명을 구속 기소시킨 이종근 수원지검 형사4부장(47·28기)은 유사수신·다단계 분야 블랙벨트 검사가 됐다. 이 밖에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중 처음으로 장준혁 대구지검 의성지청 검사(36·변호사시험 1회)가 의료사고 분야 블루벨트로 인증받는 등 20개 분야 21명의 검사가 2급 공인전문검사로 새로 이름을 올렸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대검찰청#블랙벨트#공인전문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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