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납 검출’ 1년전 알고도 팔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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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범벅 우레탄 트랙서 학생들 뛰노는데…

서울지역의 한 학교 운동장에 ‘우레탄 트랙을 걷지 말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지역의 한 학교 운동장에 ‘우레탄 트랙을 걷지 말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교육부가 일선 학교 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에서 유해 중금속인 납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사실을 지난해 파악하고도 점검 및 대책 마련을 미뤄온 사실이 31일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교육부와 함께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 사업을 펼치고도 트랙 교체 예산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유관 부처 두 곳이 눈 감고 팔짱 낀 사이 학생들만 중금속 범벅인 우레탄 트랙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

○ 교육부, 1년 전 알고도 “환경부가 조사”

교육부는 3월 23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2811곳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 전수조사를 전국 시도교육청에 지시했다. 환경부가 이날 관련 검사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른 조치였다. 환경부는 “수도권 초교 우레탄 트랙 25개 중 13개가 한국산업표준(KS) 납 기준치(kg당 90mg)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우레탄 트랙 위에 앉거나 트랙을 만진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장기적으로 납이 신체에 쌓이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우레탄 트랙의 납 검출 사실을 안 건 1년 전이었다. 지난해 3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제주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조사 대상 29개교에서 모두 납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며 “교육부는 한 번도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를 하지 않은 만큼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조사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3월 발표한) 조사 계획을 사전에 이야기해줘서 이중으로 조사하기보다 전문성 있는 환경부의 결과를 기다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레탄 트랙에서 납이 검출될 가능성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 우레탄 트랙이 설치되기 시작한 건 2006년 교육부와 문체부가 인조잔디 조성 사업을 벌이면서다. 많은 학교가 인조잔디는 비가 그치면 금방 사용할 수 있는데 트랙에 마사토를 깔면 질퍽거려 운동장 사용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러나 당시는 우레탄 트랙에 관련된 KS가 제정(2011년 4월)되기 전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KS 기준이 없을 때 시공 과정에서 우레탄 트랙을 빨리 굳게 하려고 본드나 경화제를 사용한 경우가 있어 납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문체부, “개·보수 비용 부담은 힘들어”

더 큰 문제는 전수조사를 해서 납이 다량 검출된 우레탄 트랙이 발견되면 모두 교체를 해야 함에도 언제 공사가 가능할지 시점조차 알 수 없다는 것. 교육부는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2811개교 중 2011년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학교(1967개교) 가운데 최소 1000곳에서 납이 기준치 이상 검출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학교당 교체비용은 1억 원으로 추산되고 전체적으로는 1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다 보니 당장 예산부터 난관에 부닥쳐 있다. 교육부는 함께 운동장을 조성한 문체부와 관련 예산의 분담을 원하지만 문체부는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두 차례 문체부와 실무 협의를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2012년 전까지만 사업에 관여했고 이후는 문체부가 주도하므로 문체부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유해물질이 검출된 174개교의 인조잔디 운동장 개·보수 비용(472억 원)도 절반씩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체부 관계자는 “운동장은 학교 시설이지만 주민에게도 개방하라는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한 것”이라며 “유지 및 개·보수까지 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우레탄 트랙을 어떤 걸로 교체할지도 협의되지 못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의 KS 기준을 통과하는 우레탄으로만 교체하면 되는 건지, 과거 흙 놀이터에서 분변 등 위생 문제가 지적됐는데 마사토는 안전한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1339개교 중 143곳을 조사한 결과 51곳에서 납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전면 사용 중지’를 안내했다고 31일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부#우레탄#납 검출#초중고교#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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