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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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식 이모저모

18일 오전 11시 브래들리 마틴 전 기자(미국 더 볼티모어 선·왼쪽에서 두 번째)가 국립5·18민주묘지 내 윤상원·박기순 열사 합장묘를 참배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8일 오전 11시 브래들리 마틴 전 기자(미국 더 볼티모어 선·왼쪽에서 두 번째)가 국립5·18민주묘지 내 윤상원·박기순 열사 합장묘를 참배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올 5월 광주 시민들은 뭔가 허전하고 화가 났다. 해마다 5월이 되면 함께 불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정부가 8년째 제창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목청껏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내년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 전직 외신기자들, ‘임을 위한…’ 감동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항상 감동을 줍니다.”

18일 오전 11시 5·18민주묘지 내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묘를 참배하던 브래들리 마틴 전 기자(미국·더 볼티모어 선)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애창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5월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외신기자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열사가 숨지기 직전인 1980년 5월 26일 인터뷰를 했다.

마틴 전 기자는 “윤 열사는 죽음을 100%로 예감했지만 끝까지 도망가지 않았다. 그는 용감하고 명석했다”고 말했다. 마틴 전 기자 이외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노먼 소프(미국·아시아월스트리트 저널), 도널드 커크(미국·시카고트리뷴) 등 전직 외신 기자 3명도 묘지를 참배했다.

○ 정의화 국회의장, 힌츠페터 부인에게 통역

정의화 국회의장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직후 묘지에서 우연히 만난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에게 고 박형석 열사에 대해 영어로 설명을 해줬다. 의사 출신인 정 의장은 힌츠페터 부인에게 박 열사가 묘지에 안장된 사연을 알려줬다. 힌츠페터 기자는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가장 먼저 전 세계에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다. 5·18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 기자였던 그는 광주의 참상을 외국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올 1월 지병으로 숨을 거뒀고 망월동 옛 묘역에 추모공원이 조성됐다.

○‘임을 위한…’ 악보 3000장 배부

광주시는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등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광주정신을 강조했다. 지난해 35주년 기념식에 이어 올해도 악보 3000장, 태극기 3000장, 오월 사적지 및 행사 안내문 3000부를 제작해 민주묘지를 찾은 시민들에게 배부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오월 정신을 계승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태극기와 악보, 안내문을 준비했다”며 “5·18에 대한 더 이상의 왜곡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장현 시장은 16일 국가보훈처가 올해 5·18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광주시의회 의원들, 침묵시위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에 반발해 광주시의원들이 기념식에 불참한 채 침묵시위를 벌였다. 광주시의회 조영표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이날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침묵시위를 했다. 의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이자 상징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화난 광주 민심을 대변했다. 조 의장은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는 것을 기대했던 시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제창을 받아들여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36년 전 항쟁의 거리였던 금남로에서는 이날 정오 오월 정신을 되새기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주의 종각에서 타종 된 ‘민주의 종’은 민주와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 2005년 10월 제작됐다. 윤 시장, 이낙연 전남도지사와 함께 영호남 화합을 이루고자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이 타종했다. 참석자들은 3개조로 나눠 11번씩 총 33번 종을 울렸다. 이어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는 5·18 대동정신을 계승 발전하고 시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강강술래가 펼쳐졌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정승호 기자  
#임을 위한 행진곡#5·18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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