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없는 제주관광, 量에서 質로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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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급증해도 지출비용은 제자리… 제주도, 관광객 유치목표 없애고
웨딩 등 고부가 융합 상품 개발 박차

어린이날부터 이어진 나흘간의 연휴 동안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일요일이었던 8일 비가 간간이 내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서귀포시 천지연폭포를 감상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어린이날부터 이어진 나흘간의 연휴 동안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일요일이었던 8일 비가 간간이 내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서귀포시 천지연폭포를 감상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어린이날, 임시공휴일 등 연휴를 맞아 제주 섬이 온통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제주도 인구 64만여 명의 35%에 이르는 22만5000여 명이 4일부터 8일까지 제주를 찾으면서 항공업계, 렌터카 회사, 숙박업소 등이 호황을 누렸다. 관광지마다 인파가 넘쳤고 침체했던 골프장도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관광객을 맞는 업소에서는 오랜만의 특수로 들뜬 분위기였지만 속내는 그리 편하지 않다. 공연장, 승마장 등은 입장료의 50∼80%를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건네줘야 했고, 펜션 등 숙박업소에서도 알선업체에 상당한 수수료를 지불했다. 관광객을 보내주는 대가로 지불하는 수수료 문제도 여전했다. 관광객 유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정 부분 눈감아 줬던 양적 관광 성장의 그늘이다.

○질적 관광 성장으로 전환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2006년 5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가파른 성장을 지속해 2013년 1085만여 명, 2014년 1227만여 명, 2015년 1366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비용은 44만 원 수준으로 최근 3년 동안 비슷하다. 도민의 체감 소득 효과는 제자리걸음이고 오히려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즐길 거리와 쇼핑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불만이다. 제주도가 관광 정책 흐름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이유다.

제주도는 최근 관광객 유치 목표를 없애고 질적 성장을 위한 14개 중점과제, 86개 세부사업을 추진하는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세부사업 가운데 48개는 2년 내 시행하기로 했다. 관광산업 성장에 따른 혜택을 도민이 누리고 다른 산업에 파급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관광객에게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 상품 등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고 꽁꽁 닫힌 지갑을 열겠다는 취지다. 질적 성장 여부는 관광객 체류일수, 1인당 평균 지출비용, 관광객 만족도, 여행 행태, 마케팅 다변화지수 5대 지표로 관리된다.

○ 민관 협업이 관건

마케팅 분야에서는 특수목적관광(SIT)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를 위한 상품 개발이 눈에 띈다. 마라톤대회, 올레걷기축제, 지질관광 페스티벌 등 지역 축제와 이벤트를 연계한 지역밀착형 레저 상품을 선보인다. 골프, 웨딩, 생태관광 등을 비롯해 해녀체험, 스쿠버다이빙, 요트 등 문화와 레저를 융합한 콘텐츠를 개발한다. 제주의 특성 자원인 현무암, 탄산온천, 수(水)치료 등을 소재로 한 뷰티, 건강 상품도 등장한다. 90여 개 항·포구를 연결해 유람선을 운행하는 ‘바다올레길’도 조성된다.

제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은 열악한 쇼핑 인프라와 높은 물가 등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 쇼핑은 대기업 면세점 중심으로 이뤄져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미미하다. 쇼핑 활성화를 위해 제주도는 서귀포시 이중섭거리와 제주시 칠성로에 사후면세점을 설치하고 일부 지역을 면세 특화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중환 제주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관광객 수가 아니라 만족도, 지역경제 효과를 중심으로 하는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할 때”라며 “과제 대부분이 복합적으로 추진되는 만큼 민간과의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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