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세계물포럼 정신 살려야 할 대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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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지난해 4월 12∼17일 대구에서는 특별한 국제행사가 열렸다. ‘7차 세계물포럼(WWF)’이 그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168개국 4만여 명이 참가해 지구촌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대구시는 이를 계기로 대구국가산업단지에 2018년 준공 예정으로 3000억 원을 들여 물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WWF는 ‘대구=물 중심도시’라는 브랜드를 위한 첫 단추인 셈이다.

그런데 WWF 1년을 맞아 대구시가 아무런 기념을 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WWF를 돌아보며 대구가 물 산업 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시민에게 알리는 자료조차 내지 않았다. 무책임하고 둔감해 보인다.

좋은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지구촌 어느 나라도 예외가 없는 점에서 물 분야는 대구의 독특한 글로벌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WWF 참가국을 중심으로 “물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대구가 모범이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뿌리내린다면 그 효과는 엄청나지 않을까.

이처럼 매력적인 목표를 위해 대구시는 물 산업단지 조성을 넘어 물을 문화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고민을 할 수 있어야겠다. 물 관련 기업을 유치해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과제는 다른 지자체들도 큰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다.

대구시는 WWF 참가국을 대상으로 1년 동안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려줄 의무도 있다. 참가국들이 대구시의 추진 노력을 접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다양한 국제 협력을 위한 소중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부드럽고 유연한 물의 덕(德)을 문화적으로 실천하는 길이다. 시민들에게는 ‘대구가 세계적인 물 중심 도시로 발전하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스며들 수 있다.

물 산업을 넘어 물의 문화적 차원까지 추구하고 실현할 때 대구는 명실상부한 천하제일 물 중심도시로 발전할 것이다. 대구시가 ‘물 흐르듯 할 수 있어야 가장 좋다’는 격언을 음미하며 WWF 정신을 넉넉하게 살려 나가면 좋겠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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