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역사박물관장의 ‘역사 부정’ 발언, 문제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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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준 단국대 교수
한시준 단국대 교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의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임시정부는 민족운동단체이지 정부가 아니다”라는 말 때문이다. 김용직 관장은 14일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라는 전시회의 개막식 기자간담회에서 ‘임시정부는 국민의 직접선거로 수립되지 않았다’는 근거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의 수장이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놀라운 일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해 민족운동의 ‘단체’라고 주장하거나 ‘정부’가 아니라며 그 의미를 송두리째 부정한 일은 처음이다.

많은 국민이 중국 상하이에 가서 꼭 찾아보는 곳이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도 재임 중 모두 이곳을 방문했다. 이곳이 ‘대한민국의 탄생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이란 국가와 정부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 직후 상하이에 모인 인사들이 우선 임시 의정원을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어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독립국의 국호였다.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이어 정부 관제를 결정하고 국무원을 선거해 정부를 구성한 뒤 헌법을 제정·공포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수립된 것이다. 이 임시정부는 비록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적도 있었지만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계속 이어갔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은 것이다. 그래서 제헌헌법 전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 재건해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도 이 사실을 전문에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정중하게 기리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4월 13일(실제로는 4월 11일)을 ‘수립기념일’로 정해놓고 매년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참석해 기념식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이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정부’와 ‘단체’를 구별하지 못한다고도 믿어지지 않는다. 정치학 전공자로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해온 학자였기 때문이다. 뻔히 알면서 의도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 생각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관장이 나서서 대한민국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시준 단국대 교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대한민국 임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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