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따라 승마… 임진각서 야영… 1박2일 ‘체류형 관광지’로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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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전초기지… 경기북부 개발 현장을 가다]<下>생태관광지로 대변신

2018년 봄. 직장인 김경기 씨(50)는 겨울 한파가 풀리자마자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외승(外乘·야외 승마)에 나섰다. 말을 달린 곳은 2017년 경기 북부 평화누리길을 따라 개발된 승마 트레킹 코스. 동호인들과 함께 말을 달리자 시원한 바람에 몸이 풀리고 철책선 너머로 보이는 강변의 은빛 물결과 갈대의 모습이 싱그럽기만 했다. 실내 승마장을 벗어나서인지 애마 ‘찰리’의 발걸음도 경쾌했다.

코스 중간에 위치한 간이휴게실에서 말한테 물을 먹이고 김 씨도 동료들과 간단한 요기를 했다. 이어 말을 재촉해 외승 코스의 끝자락인 강원 철원까지 내달렸다. 김 씨는 “이전에 외승을 하려면 멀리 바닷가까지 가야 했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쉽지 않았다”며 “코스도 훌륭하고 가격도 저렴해 승마 동호인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 최초의 장거리 승마코스

경기 북부에 들어설 승마 트레킹 관광코스를 가상으로 그려본 내용이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북부 지역의 1박 2일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승마 트레킹 코스 개발이 추진 중이다. 고양시와 파주시, 연천군 그리고 강원 철원군까지 이어지는 140km 구간에서 기존 평화누리길과 소하천, 뚝방길, 산악 임도 등을 이용할 계획이다. 코스 선정 등 설계용역이 완료되면 올해 안에 공사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에 처음 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가 승마레저인구 증가에 따라 DMZ 평화누리길을 따라 외승코스 조성에 착수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승마레저인구 증가에 따라 DMZ 평화누리길을 따라 외승코스 조성에 착수했다. 경기도 제공
조선시대 파발 운영체계에 착안해 30km 구간마다 역참에 해당하는 간이휴게시설을 설치한다. 대여용 말은 제주 조랑말과 일반 경주마를 교배한 한라마가 이용되고, 2시간 이용료로 10만 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 코스는 하루 이동거리를 30km로 잡아 전체 일주는 4∼5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말은 마사를 갖춘 인근 축산농가에 맡기고, 기존 숙박시설을 이용토록 할 계획이다. 김익호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은 “그동안 실내승마장에만 의존하다 보니 말산업이 정체돼 있었다”며 “수도권에 외승 코스가 생기면 축산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이고 레저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마 트레킹 코스가 완성되면 한반도 최북단 여행 코스인 평화누리길(191km)과 북부 자전거길(226.9km)이 연결돼 관광 활성화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2010년 조성된 평화누리길은 통일의 염원을 안고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볼 수 있어 많은 인파가 몰리는데 해마다 걷기대회와 다양한 경품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임진강 순찰로 코스(17.2km) 자전거길에서는 올해도 DMZ 일원 자전거 투어가 개최된다. 매달 넷째 주 일요일마다 선착순 300명이 참여할 수 있다. 이희준 경기도 문화관광국장은 “승마코스까지 개발되면 경기 북부를 가로질러 걷고 타고 달리는 3종 레저세트가 완성된다”며 “북부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북부를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경기 북부는 판문점과 임진각 도라산전망대 등을 찾는 당일 방문객이 많다. 그러나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체류형 관광객은 적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대규모 캠핑장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장흥, 산정호수 등에 132면의 캠핑장이 조성됐고, 올해는 연천 한탄강 유원지 일원(4만7000m²)에 선사체험캠핑, 몽골체험캠핑, 인디언체험캠핑, 유럽풍펜션 등 다양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세계캠핑 체험존이 조성된다. 연천 구석기축제와 한탄강관광지, 선사박물관, 경순왕릉과 연계한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간 600만 명이 방문하는 대표적 안보관광지 임진각도 평화누리공원과 함께 묶여 2018년까지 대규모로 확대 개발된다. 약 109만9000m² 규모다. 평화누리공원 갈대습지에 습지체험학습원(5만3515m²)이 조성돼 가족 단위 휴식공간으로 제공된다. 체류형 거점시설인 생태관광지원센터도 건립 중인데 카페와 200석 규모의 실내공연장, 회의 세미나 연회가 가능한 다목적실 등도 들어선다. 임진각 관광지 일대 3만2000m²에 450면(캐러밴 글램핑 20%)의 국내 최대 규모 캠핑장도 내년 하반기 개장한다.

6·25 전쟁 때 파괴된 철로에 들어설 전망대인 임진각 ‘내일의 기적소리’ 조감도.
6·25 전쟁 때 파괴된 철로에 들어설 전망대인 임진각 ‘내일의 기적소리’ 조감도.
6·25전쟁 때 파괴돼 교각만 남아 있는 경의선 상행선 철로 독개다리에도 철골과 강화유리 등으로 임진강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인 내일의 기적소리가 들어선다. 윤병집 경기도 균형발전기획실장은 “사업이 완료되면 임진각 평화누리 관광지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경기 북부 관광이 체류형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가평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파주 장단콩 축제 등 경기도 주요 축제장을 연결하는 축제 테마열차가 운행되고, 연천 선사박물관에서는 1박 2일 박물관 캠프가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해 선정한 경기 북부 야간관광 10선을 활용한 숙박관광 프로그램도 개발 운영된다.

파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dmz#임진각#생태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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