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콩나물 값 카드결제’ 아직 멀었다

  • 동아일보

전통시장 상인들 “수수료 부담” 카드단말기 설치 꺼려

2014년 12월 서울시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간편카드’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신용카드나 티머니카드, 후불교통카드를 가져다 대기만 하면 비접촉(RF) 방식으로 결제가 되는 서비스다. 5만 원 이하의 소액 거래는 서명도 필요 없어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장을 볼 수 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간편카드 결제 서비스는 2015년 1월 시내 전통시장 6곳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는 ‘콩나물 1000원어치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전통시장을 2018년까지 33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올 1월 현재 서비스가 가능한 전통시장은 16곳에 불과하다. 또 지난 한 해 동안 단말기 600대를 전통시장에 보급하기로 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377대에 불과하다. 목표의 절반을 겨우 넘은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해 7월에는 408대였는데 6개월 동안 오히려 30여 대가 줄었다. 소비자들의 호평 속에 거래액은 조금씩 늘었지만 서비스가 정착된 일부 시장의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단말기를 설치하고도 3개월 연속 거래 실적이 없는 점포가 51곳에 달했다.

이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단말기 설치를 꺼리는 탓이다. 바로 결제 수수료 때문이다. 간편카드 결제 1건의 수수료는 지난해 1.7%에서 올해는 1.2%로 낮아졌다. 또 서울시는 상인들의 부담을 감안해 3만 원 이하의 소액 결제에 대해 수수료의 70%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율은 매년 20%포인트씩 줄어 4년째엔 완전 폐지된다.

그러나 전통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수수료 지급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러 물건을 한꺼번에 구입해 한 번에 결제하는 대형 마트와 달리 물건 한 개를 구입할 때마다 결제하는 전통시장 특성상 소액 결제가 많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택시와의 형평성을 들어 수수료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택시요금이 5500원 이하면 카드 결제 수수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한 전통시장 상인 A 씨(63)는 “카드 결제를 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수수료 지원이 폐지된 이후를 생각하면 선뜻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간편카드 결제 서비스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회장 서정래 씨도 “수수료가 영세 상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인 상황에서 서울시 예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수수료 자체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올해도 단말기 1000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상인들의 분위기를 볼 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상인들의 의견을 더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카드결제#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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