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고교 평준화 제도 사실상 무력화돼… 일반고 위기극복 ‘연합형 종합캠퍼스’ 운영을”

  • 동아일보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제안

서울지역의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일반고 교사 10명 중 9명은 ‘일반고 위기론’에 동의했다.

20일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은 최근 발간한 ‘학생들의 진로희망을 중심으로 한 일반고 교육과정 운영 재구조화 방안 연구’에서 “서울의 고교 평준화 제도는 무력화된 것과 다름없다”며 “현재 고교 체제는 ‘위계적(서열적) 4자 구도’이고, 위계의 맨 아래 일반고가 위치한다”고 평가했다. 특수목적고, 자율고, 특성화고, 일반고 등 4개 계층으로 구분할 수 있고 그중 일반고가 가장 열악하다는 의미다.

정보원은 과학고와 외국어고로 대표되는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가 ‘학생 우선선발권’을 바탕으로 우수 학생을 대거 선발하고 있는 것을 위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했다. 서울지역에는 일반고(자율형공립고 포함)가 203개교인 데 비해 특목고와 자사고 등 우선선발권을 가진 학교가 총 34개교에 달한다.

특목고와 자사고에는 학생을 선별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데 비해 일반고에는 성적으로 볼 때 상위권에서 최하위권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모이고 있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장은 “특목고와 자사고가 확대되면서 일반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자녀가 진학하는 학교, 성적이 뒤떨어지는 학생이 다니는 학교,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진학하는 학교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일반고 위기론’에 공감했다. 서울 52개 일반고 교사 11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일반고가 위기를 겪고 있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 교사의 90.2%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정보원은 일반고가 다양한 학생들의 진로희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합형 종합캠퍼스 학교’ 개념을 제시했다. 기존의 인문·자연계 과정 외에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과목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과정을 제공하자는 것. 연구진은 한 고교에서 여러 과정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다른 학교와 연계·협력해 인문·자연 중점과정, 문·예·체 중점과정, 문화·예술·정보 실용중점과정 등을 개설할 것을 제안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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