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진학지도-교사 열정’ 재학생 절반이 수시합격… 일반고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1일 03시 00분


서울 서초고 2016년 입시 성과 화제

서초고는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해 일대일 맞춤형 진학 컨설팅을 실시한다. 전문가의 정확한 입시 정보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에 학생들이 사교육기관에 가지 않고 무료로 학교에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서초고 제공
서초고는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해 일대일 맞춤형 진학 컨설팅을 실시한다. 전문가의 정확한 입시 정보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에 학생들이 사교육기관에 가지 않고 무료로 학교에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서초고 제공
흔히 ‘일반고는 입시에서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에 밀린다’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수시전형이 그렇다.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여력이 부족하고 교사들이 입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로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서울 서초고는 2016학년도 입시에서 수시전형으로만 4년제 주요 대학에 135명을 보냈다. 서초고는 강남권인 서초구에 있지만 인근의 수많은 명문고에 밀려 비선호 학교로 꼽혀 왔다. 입학생 중 중학교 내신 1등급이 서너 명밖에 안 된다.

그런데 서초고 3학년 재학생(388명) 중 49%(190명)가 수시에 합격했다. 2015학년도보다 서울대 합격생은 8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연세대 5→8명, 고려대 7→10명, 서강대 2→5명, 성균관대 1→6명, 이화여대 5→15명 등 주요 대학 합격생이 61명에서 135명으로 대폭 늘었다.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진로진학지도’를 실시한 결과다. 일부 상위권만 갈 수 있는 서울대에만 집착하지 않고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신경 썼다.

○ 자신감 불어넣는 교육

서초고는 1학년 때부터 학생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게 한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도 학교에 오는 진짜 의미를 주자는 취지다. 대표적인 게 진로진학 비전캠프다. 다중지능검사, 적성검사 등으로 직업 적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학과와 전공을 찾는다. 교육기부를 받아 1, 2학년을 대상으로 진로진학 특강을 수시로 진행한다. 검사, 승무원, 변리사, 정보기술(IT) 교수 등이 찾아와 자신의 직업을 소개한다. 서초고는 또 학생이 관심 분야에 맞는 동아리를 최대 3개까지 들 수 있게 했다.

학생들은 무슨 활동을 하든지 반드시 결과물을 작성하고 평가받는다. 전체 학년에 학교가 준 상만 1920장. △스포츠클럽 대회 △독도 탐방 기행문 쓰기 대회 △고사성어 탐구대회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강동숙 교감은 “결코 상을 남발하는 게 아니다”며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학교에서 한 다양한 활동을 적어야 하는데 학교가 그에 맞는 장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학생들이 대입을 준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2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시전형에 대비한다. 학교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일대일 진학 컨설팅을 해준다. 외부 입시기관에 가면 상담료만 1인당 30만 원 정도 든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준비는 그룹을 지어 외부 전문가에게 지도받게 했다.

졸업생도 적극 활용했다. 직전에 입시를 경험한 선배가 직접 면접 전략이나 공부법을 가르쳐주니 후배 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이번 입시에서 서울대에 합격한 재학생은 “서울대에 진학한 선배로부터 ‘A 교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연구를 많이 하니 관련 논문을 찾아보라’는 조언을 듣고 실천했더니 실제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학교 변화의 핵심은 교사

서초고의 이런 변화는 교사들로부터 시작됐다. 서초고 교사들은 외부 전문기관보다 입시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로부터 노하우를 배우길 주저하지 않았다. 서초고는 교사들의 진로진학 역량을 강화시키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진학설명회를 열고, 3학년 담임을 대상으로 컨설팅도 실시한다.

학부모가 “우리 아이 어디 가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도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 못했던 교사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말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각종 경시대회를 열고 수많은 동아리를 끌고 가는 게 귀찮을 법하지만 불평하는 교사는 없다. 학생들에게 도움 되는 것을 알고 좋은 입시 결과에 보람을 느껴서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할 때면 담임교사와 동아리 지도교사가 서로 “이걸 써야 학생에게 더 유리하다”며 언성을 높일 정도라고 한다.

서초고는 1년에 적어도 여섯 번, 학부모 대상의 입시설명회도 연다. 학부모들도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무작정 아이를 학원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변화가 소문나면서 서초고에는 점점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고 있다. 올해는 신입생 중 내신 1등급이 예년의 5배다. 국제중 출신이나 외국어고 재학생도 들어올 정도다. 이대영 교장은 “꼭 공부가 아니라 다양한 적성에 맞춰 대학을 가는 수시전형이 일반고에는 기회다”라며 “학교가 맞춤식으로 진학지도를 하고 교사들이 열정을 갖고 있다면 일반고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초고#입시설명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