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과학 인재 빠져나가나” 고민 깊어지는 대덕특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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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도권 실리콘밸리’ 구상에 “창업 생태계 뿌리째 흔들” 위기감
고급 인력 수도권 이탈 우려 확산

기술과 상상력의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하지만 정부의 수도권 실리콘밸리 구상으로 우수 인력과 벤처기업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DB
기술과 상상력의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하지만 정부의 수도권 실리콘밸리 구상으로 우수 인력과 벤처기업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정부가 경기 성남시 판교와 서울 상암을 ‘아시아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그동안 실리콘밸리 역할을 자임해 왔던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과학기술 허브 조성으로 대덕특구가 이제 변방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 대덕 빠진 정부의 수도권 실리콘밸리 구상


미래창조과학부가 18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밝힌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 실현을 위한 업무 보고의 핵심은 창조경제의 상징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모델을 확산시키고 지역 전략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판교와 상암에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융합을 위한 창업 및 문화 콘텐츠 허브를 만든다. 이 가운데 판교는 스타트업 캠퍼스와 앞으로 조성될 창조경제 밸리를 기반 삼아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창업자들을 빨아들여 이들의 상상력과 창의성, 기술이 사업화로 꽃필 수 있는 생태계로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업무 보고에서 미래부는 대덕특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1973년 연구학원도시로 씨앗을 뿌린 대덕특구는 2013년 불혹의 나이를 넘기면서 아시아판 실리콘밸리로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해 왔다. 이미 30여 개의 정부출연연구원과 민간 대기업 연구소들이 들어서 있는 데다 지난 10년 동안 벤처기업이 680여 개에서 1480여 개로 늘어나면서 벤처 생태계가 조성돼 창조경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기술 사업화가 꽃피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과학기술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바람에 대덕특구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수십조 원을 투자해 대덕특구에 인프라를 갖춰 놓았기 때문에 정책의 선택과 집중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 인력 벤처기업 수도권으로 탈출 우려


이승완 전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장(서울프로폴리스 대표)은 “수도권인 판교를 창조경제 벨트로 육성 지원한다면 40여 년간 투자해 조성한 과학도시인 대덕특구의 창업 생태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급인력과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대덕특구의 벤처기업들이 정부 지원이 집중되고 고급 인력 수급이 용이한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정부출연연구원장은 “이번 미래부 구상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 우주 등이 강조된 반면 에너지와 제조업 등 기존 주력 산업의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성장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이룰 구체적인 내용은 결여된 듯하다”며 “대덕특구 입장에서 볼 때 집중적이 지원 정책에서 제외된 분야의 연구기관들은 연구개발 의욕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사무처장은 “이번 정부 구상은 지방을 고사시킬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노골화한 것일 뿐 아니라 그동안 국책사업이면서도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공전될 우려가 더욱 커지게 만든다”며 “이미 대덕특구가 있는데 유사한 기능을 수도권에 다시 만들면 자원과 역량의 분산을 가져와 정책의 성공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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