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총자산 290조… 국내 1위 ‘메가뱅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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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은행 9월 1일까지 출범 합의… 명칭은 ‘KEB하나’ ‘하나외환’ 검토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고용보장

노사합의 극적 타결 하나금융지주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뒤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노사합의 극적 타결 하나금융지주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뒤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13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전격 합의하면서 통합은행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은 자산 규모 기준 국내 1위 통합은행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나금융은 이날 공시를 통해 “두 은행의 합병 원칙 및 합병은행 명칭, 통합 절차 및 시너지 공유, 통합은행의 고용 안정 및 인사 원칙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또 이날 금융위원회에 두 은행 통합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서를 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합에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던 노사 합의가 성공적으로 끝난 만큼 인가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르면 22일 예비인가를 승인해줄 방침이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이날 합의에서 통합은행을 9월 1일까지 출범시키기로 하고 통합은행의 이름에 ‘외환’ 또는 ‘KEB’(외환은행의 영문 이름 약자)를 넣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통합은행의 이름은 ‘KEB하나은행’ 또는 ‘하나외환은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고용 보장 및 근로조건 유지 등 기존에 하나금융이 노조 측에 제안한 조건도 대부분 보장해 주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부속 합의로 외환은행의 비정규직 창구직원(로즈텔러) 2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지난해 9월 노조 총회에 참석해 징계를 받은 직원들에 대해 징계를 철회하기로 했다. 또 올해 안으로 조기 통합을 해 절감하게 되는 등록면허세(약 2754억 원) 일부를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합병 후 현재 외환 노조의 분리교섭권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이로써 양측의 통합 협상은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조기 통합 선언 이후 1년여 만에 종료됐다. 지난달 26일 통합 중지를 위한 노조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뒤에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막판에 김 회장 등 하나금융 지도부가 노조와의 물밑 접촉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타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10일까지만 해도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김근용 노조위원장 집에 찾아가 오전 2시까지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등 갈등이 계속됐다.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한 김 회장은 직접 노조에 만남을 제안했고 주말에 한 차례 회동을 가진 뒤 빠르게 협상이 진행됐다. 합의서에 대해 몇 차례 수정과 의견 교환을 거친 끝에 13일 오전 7시경 노사가 만나 합의서에 서명했다.

하나-외환 통합은행이 출범하면 국내 리딩뱅크로 올라서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하나은행의 자산 규모는 171조3000억 원, 외환은행은 118조7000억 원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통합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약 290조 원으로 국민은행(282조1000억 원), 우리은행(279조4000억 원), 신한은행(260조8000억 원)을 넘어선다. 하나금융 자산도 321조 원으로 증가해 KB금융지주(315조 원)를 따돌리고 신한금융지주(347조 원)에 이어 2위에 오른다. 통합은행의 지점 수는 945개, 직원 수는 1만5717명이 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기존 경쟁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외환은행이 외형적으로는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로 거듭나더라도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조직의 화학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1967년 한국은행에서 분리된 뒤 48년간 다른 조직과 통합을 경험한 적이 없는 외환은행 조직원들의 거부 반응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은행 간 합병 사례를 보더라도 실질적인 인적 통합은 내홍 속에서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국민은행은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 계약을 타결했지만 최근까지 이른바 ‘1채널(국민은행)’과 ‘2채널(주택은행)’ 출신 간 줄타기가 이어졌고 지주와 은행 간 갈등까지 더해져 KB금융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은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지만 통합을 위한 준비 과정이 하나-외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었다. 신한은행은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한 뒤 ‘투 뱅크’ 체제를 3년간 유지하면서 통합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1000개 가까이 운영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박민우 기자
#통합은행#메가뱅크#keb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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