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어라” 노조-직원 설득… 김정태의 뚝심 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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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외환은행 ‘10年 통합 대장정’ 마침표

‘야전 사령관’ 스타일의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과정에서도 직접 노조를 설득하며 전격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동아일보DB
‘야전 사령관’ 스타일의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과정에서도 직접 노조를 설득하며 전격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동아일보DB
“JT를 믿어 달라.”

이번에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사진)의 뚝심이 통했다.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은 “무엇보다도 노사 간에 신뢰를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노조와 직원들에게 ‘JT(김정태 회장의 영문 이니셜)는 믿어도 된다’는 생각을 심어주려 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인수계약 체결과 금융당국의 승인, 노사협상, 법정다툼 등 통합을 위한 여러 고비를 넘은 데는 물론 전·현직 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메가뱅크’를 만들기 위한 김 회장의 뚝심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외환 노조 설득한 JT의 뚝심

김정태 회장은 “그동안 하나은행이 많은 은행들을 인수해오면서 피(被)인수은행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준 적은 결코 없었다”며 끈질기게 노조를 설득해 왔다. 그 역시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은행을 거쳐 1992년 하나은행에 정착한 외부 출신이다.

김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을 무기로 직접 나서서 부닥치는 ‘야전사령관’ 스타일이다. 그는 이번 노사 협상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직접 총대를 메고 전격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 회장은 “더이상 시간을 끌면 모두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해 노조에 ‘형식을 떠나 터놓고 대화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노조와의 협상 고비마다 당근과 채찍을 꺼내며 판을 주도해 왔다. 또 꾸준히 직원들과 대화의 자리를 갖고 직접 설득에 나섰다. 김 회장은 “직원과 은행이 잘돼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경영진과 노조가 추구하는 바는 같다.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합병을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오랫동안 대화를 하면서 신뢰도 점점 쌓을 수 있었고 싸우면서도 미운 정이 들었다”며 “무엇보다도 요즘 은행 경영이 정말 어렵다는 것에 노조나 직원들도 공감을 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중심으로 협상단을 가동해 왔지만 최근에는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사외이사들과 함께 통합은행장 인선 작업에도 나설 방침이다. 새로 출범하는 통합은행의 행장은 자연스레 2018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의 후계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통합 논의 초기에는 외환 출신인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노사 합의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올해 2월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공식 취임하면서 두 행장 또는 다자 간의 경쟁 구도로 바뀌었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 인수 추진부터 통합까지 10년 간의 대장정

작은 ‘단자회사’였던 한국투자금융에서 출발한 하나은행은 이제 외환은행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면 명실상부한 국내 리딩뱅크의 반열에 오른다. 2005년 11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처음 밝힌 지 10년 만의 일이다. 하나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충청은행을 시작으로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 대한투자증권(2005년)을 차례로 인수하며 금융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도약했다.

수많은 인수합병(M&A)에 성공했지만 외환은행 인수는 하나금융에는 가장 큰 도전이었다. 2006년 첫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국민은행에 고배를 마신 이후 국민은행, HSBC와 론스타의 매매 계약이 차례로 파기되는 상황을 4년여 동안 지켜봐야 했다. 하나금융에 기회가 다시 온 것은 2010년 론스타가 다시 외환은행을 시장에 내놨을 때였다.

그해 11월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번엔 금융당국의 승인이 문제가 됐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당국의 법률 검토가 길어지고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가 격화되면서 인수가 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결국 2012년 1월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이 떨어졌다.

지난 10년간의 인수, 통합 과정에선 많은 임직원들의 희생이 따랐다. 2012년 초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자 김종열 당시 하나금융 사장은 “통합을 위해 내가 희생하겠다”며 스스로 옷을 벗었다. 이어 그해 2·17 합의 직후 김승유 전 회장이 “내 소임을 다했다”며 물러났고 지난해에는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히며 10월에 사퇴했다. 올해 초엔 법원의 통합절차 중단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면서 또 한 차례 ‘인사폭풍’이 벌어졌다. 통합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우공 하나금융그룹 부사장이 합병 지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고, 정진용 하나금융 상무와 주재중 외환은행 전무도 물러났다.

신민기 minki@donga.com·유재동 기자
#하나금융#외환은행#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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