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 합병案’ 찬성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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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주주권익보호委 만들기로

단일 주주로는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그룹의 ‘백기사’로 나선다.

국민연금은 10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투자위원회를 열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안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삼성그룹은 이로써 17일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벌이게 될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41%)과 각 계열사 지분을 합친 삼성그룹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13.82%다. KCC(5.96%)와 국민연금(11.21%)이 우군을 자청함으로써 삼성은 최소 31%를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투자가(11.05%)들도 대부분 합병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총에 약 70%의 주주가 참석할 경우 이 중 3분의 2인 47%의 찬성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5∼6%만 추가로 확보하면 합병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 ‘합병 성사돼야 수익률 높아져’ 판단… 투기자본 편들기도 국민 정서상 부담 ▼

국민연금 “삼성합병안 찬성”


국민연금이 고심 끝에 찬성을 결정한 것은 삼성물산 지분과 제일모직 지분(5.04%)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합병이 이뤄져야 중장기적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도 엘리엇 등의 주장대로 합병이 무산될 경우 두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국민 정서상 해외 투기자본의 이익 극대화에 편을 들어주기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22조 원가량의 삼성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으로서는 헤지펀드들의 잇따른 공격으로 삼성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이 흔들리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헤지펀드와 달리 국민연금은 긴 안목을 갖고 중장기적 기업가치와 연금 자산의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국민연금은 이번 합병안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민간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로 넘길지를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찬반을 결정하기 어려운 민감한 안건은 전문위원회로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합병안이 국내 산업계를 비롯한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과 해외 투기성 자본과의 대결 구도 등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외부에 맡기지 않고 투자위원회가 직접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결정을 통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방패’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다만 내부 규정에 따라 이날 결정을 17일 삼성물산 주총까지는 외부에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삼성그룹이 지난달 30일 투자자간담회(IR)에서 발표한 합병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물산)의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10일 공개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날 합병법인이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새롭게 설치할 ‘거버넌스위원회’를 사외이사 3명과 외부 전문가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외부 전문가 1명은 주요 주주의 추천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합병 삼성물산은 거버넌스위원회 소속 사외이사 1인을 주주 권익 보호 담당위원으로 선정하는 것과 더불어 외부 전문가를 추가로 선임해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이중 장치를 마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설되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위원회에서는 회사 경영 상황과 계획을 주주들에게 공개하는 주주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합병법인의 사회공헌기금은 영업이익의 0.5% 규모로 책정할 계획이다.

주애진 jaj@donga.com·김창덕 기자
#국민연금#삼성#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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