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희생과 열정 본받겠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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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복통어린이 담임, 헬기사고 순직-실종 해경에 편지
청와대-안전처 홈피에 올려

가거도초등학교 박준현 교사가 헬기 추락으로 숨지거나 실종된 해경대원의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쓴 편지.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가거도초등학교 박준현 교사가 헬기 추락으로 숨지거나 실종된 해경대원의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쓴 편지.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3일 오후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헬기가 복통에 시달리던 A 군(7)을 이송하기 위해 전남 신안군 가거도로 향했다가 바다에 추락했다. 당시 A 군의 담임교사인 가거도초교 박준현 교사(40)는 학교에서 야근 중이었다. ‘A 군이 헬기를 타고 병원에 잘 가겠지’라고 생각하던 박 교사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한걸음에 방파제로 갔다. 발을 동동 구르며 수색 작업을 지켜보던 박 교사는 오후 11시 15분경 해군 함정에 몸을 싣고 A 군과 함께 목포로 향했다. A 군은 현재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박 교사는 18일 청와대와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숨지거나 실종된 해경대원 4명의 가족을 위로하는 편지를 올렸다. 그는 “복통을 호소하는 어린 제자와 함께 군함으로 이동하면서 거친 파도와 싸우며 현장을 수습하고 계신 많은 해경대원과 해군들을 보았다. 이들의 도움 덕분에 제자가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마을 높은 곳에 있는 교실에서 바라보면 지금도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는 해경, 119구급대, 해군의 노고가 짙은 해무 사이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가거도초교 학생들과 해경의 남다른 사연도 소개했다. 응급헬기로 위급한 부모님을 이송하던 중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한 아이, 악천후로 헬기 대신 경비정을 타고 가다가 출산해 배가 고향인 아이 등 섬마을이라 겪을 수밖에 없는 사연들이다.

박 교사는 끝으로 “숭고한 희생을 곁에서 겪고 보니 지금도 제자 사랑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아붓지 못하는 저의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어린아이 한 명을 살리기 위한 숭고한 열정을 본받겠다”고 적었다.

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헬기사고#해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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