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최치원을 중국인 관광객 유치의 디딤돌로…

  • 동아일보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대구 경북 지역에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서울 제주와 함께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3대 지역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협력해 개발한 독특한 프로그램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호감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뉴스를 몇 년 내 보려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금과는 아주 다른 차원을 고민해야 한다. 경북도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리장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대구시는 3일 경북도를 시작으로 안동시 경주시 등과 관광객 공동유치 협약을 맺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구 경북이 협약을 맺는 노력은 바람직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거다’ 싶은 것이 거의 없다. 중국인 관광객이 중요하다는 하나 마나 한 이야기나 추상적이고 뻔한 계획이 많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수준의 노력은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북도의 만리장성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목표와 비전인 ‘13억 중국인의 필수 방문지 경북, 중국인 관광객이 만족하는 창조형 경북관광, 경북에서 만나는 상상 그 이상의 한국’과 같은 슬로건은 너무 거창하고 추상적이다. 단 하나라도 차별적이고 확실한 ‘임팩트’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경북도는 오랫동안 한국과 중국의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신라인 최치원을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가 관직 생활을 했던 장쑤(江蘇) 성 양저우(揚州) 시에 2007년 최치원기념관이 건립됐을 정도로 그의 역사적 위상은 독특하다. 양저우 시 당서기는 올해 1월 서울을 방문해 최치원을 가교로 한중 우호협력을 펼치자는 뜻을 밝혔다.

주목할 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치원의 시(詩)를 즐겨 인용하면서 한중 우호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의 시를 인용했으며 올해 1월 서울에서 열린 중국방문의 해 개막식 축하 메시지에서도 인용했다. 지난해 서울대 특강에서도 최치원을 한중 우호의 상징적 인물로 거론했다.

이런 상황은 최치원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경북으로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책개발에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공자의 삶을 담은 논어 구절을 연설 등에 가장 많이 인용했다. 최치원의 부친이 논어를 참고해 이름을 지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치원(致遠)’이라는 말도 논어 자장(子張) 편에 나온다. 또 중국에서 말하는 ‘추로지향’(공자와 맹자의 고향)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지역도 안동 영주를 중심으로 한 경북이 가깝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독특한 호감과 매력을 심어줄 수 있는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측면이 많다.

최치원의 자(字·별명)는 ‘고운(孤雲·외로운 구름)’이다. 최치원이 외롭게 떠다니는 구름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한중 우호의 든든한 가교가 될 수 있도록 특히 경북도가 ‘고운과 시진핑, 추로지향’을 키워드로 군계일학과 같은 관광정책을 선도적으로 창조하는 역량을 보여야 하겠다.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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