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우경화에… 韓日수교 50년 행사 줄줄이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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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백제특별展… 조선통신사展…
박물관들 “현 상황선 무리” 접기로… 학계- 공연계 “광복70년 행사 집중”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우경화로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계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규슈국립박물관과 함께 10월 개최하려던 ‘한일 백제 특별전’을 취소했다. 당초 우리 측에서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 등 지정문화재 100점가량을 일본에 빌려주는 조건으로 일본으로부터 칠지도 등을 넘겨받아 순환전시를 할 계획이었다. 중앙박물관은 “쓰시마 불상 도난사태에 아베 정부의 우경화까지 겹쳐 애초 계획의 절반인 지정문화재 50점 정도만 일본에 보내고, 서울 전시는 아예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립민속박물관도 ‘한일 음식문화 교류 특별전’과 더불어 한일 우호관계의 상징인 ‘조선통신사 전시회’를 검토했지만 최근 분위기를 감안해 음식문화 교류전만 추진하기로 했다. 민속박물관은 “지금 상황에서 국교 정상화 기념행사를 두 개나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문화계는 올해 광복 7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할 행사들을 준비해 왔지만 양국 관계가 악화된 탓에 광복 70주년 기념 쪽으로 무게가 급속하게 쏠리고 있다.

학술단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와 관련한 학술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8월에 ‘사진으로 읽는 한국 근현대사’ 도록을 발간하고 관련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독도 문제 등 한일관계에 집중해 온 동북아역사재단도 국교 정상화보다 광복 70주년 학술행사에 더 집중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웠다.  
▼ 중앙박물관 “日帝 역사왜곡 고발 보고서 낼것” ▼

韓-日 행사 줄줄이 취소


공연예술계도 최근 경색된 한일관계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의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6일 출범한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국립극장 등으로부터 광복 70주년 기념 공연계획서를 제출받았다. 하지만 “한일 국교 정상화 기념 공연에는 예산이 따로 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체부 측의 설명이다.

국립극단은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사회상을 비판적으로 그린 유치진의 ‘토막’과 김우진의 ‘이영녀’를 광복 70주년 기념작으로 무대에 올린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국교 정상화와 관련해 별도의 작품이나 행사를 기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은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올해 말 발간할 경주 금관총에 대한 재발굴 조사보고서에서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조목조목 비판하기로 했다. 이 연구가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21년 시작된 금관총 발굴조사의 경우 하마다 고사쿠(濱田耕作) 교토제국대 교수가 주도해 3권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일본 학자들은 금관총과 일본 고대의 유물들이 서로 비슷하다며 일본이 신라를 복속시킨 적이 있다는 일본사기의 허황된 주장을 뒷받침해 왔다. 김영나 중앙박물관장은 “금관총은 일본 학자들이 부실하게 발굴한 만큼 우리 손으로 다시 발굴해서 제대로 된 보고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국 간 갈등으로 문화계에서도 한일 국교 정상화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남창희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국교 정상화의 의미를 경시하고 계속 갈등 국면으로 나가면 일본을 좀 더 우익으로 밀어내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며 “문화 교류를 통해 첨예한 정치, 외교적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상운 sukim@donga.com·김정은 기자
#아베#한일#국교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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