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장면씩 담은 ‘100일간의 행복’, 그 이면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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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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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직장인 김모 씨(29·여)는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하루 중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사진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행복의 상징은 퇴근 후 가볍게 마시는 칵테일이나 맛있는 음식, 일상의 풍경, 예쁘게 나온 셀카 사진 등 매일 달라진다. 김 씨가 SNS에 사진을 올리는 데엔 정해진 조건이 있다. 100일 동안 매일 올려야 하고 하루에 딱 한 장면만 담아야 한다. 모든 사진에는 '#100happydays'라는 해시태그(꼬리 글)를 붙여 SNS에 올려야 한다.

"100일 동안 행복하자"며 유럽에서 시작된 '100happydays(100일간의 행복) 캠페인'이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며 SNS를 강타하고 있다. 매일 정신없이 바쁜 나날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도 누구나 하루 한 번쯤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이를 SNS에 일기처럼 기록하자는 취지다. 인스타그램에는 100일간의 행복 캠페인 동참을 의미하는 해시태그(#100happydays)를 단 글이 전 세계에서 1678만 여개에 이를 만큼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캠페인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직장인 드미트리 골루브니치(27)가 시작했다. 그는 훌륭한 직장과 사랑스런 부모, 대단한 친구들을 가졌지만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니 어느 순간 삶이 슬픔의 늪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주어진 하루에 감사함을 표하는 방법으로 하루 중 사소하게나마 행복을 느낀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 캠페인은 입소문을 타 유럽과 미국을 거쳐 한국까지 퍼졌다. 그가 처음 올린 '행복'은 여자친구 사진이었다.

100일간의 행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면에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행을 안고 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0일 동안 매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타인과 공유하도록 스스로를 강제하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행복하고 싶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프리 허그 운동처럼 현대사회의 경쟁과 불평등, 소외에 대응해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반작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행복해지고 싶지만 그 방법을 잘 몰랐던 사람들이 행복의 갈증을 채우는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이 캠페인은 그동안 자랑과 과시의 장으로 점철돼 질투심을 유발하는 공간으로 변질된 SNS를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공간으로 바꿔보자고 주장하지만 결국 '또 다른 자기자랑의 장'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다. 100일간의 행복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 중 71%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중도 포기한다고 한다.

권오혁 기자hyuk@donga.com
조동주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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