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가 대안학교 ‘뜨거운 감자’… “등록제 필요”vs“자율성 침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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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법제화를 둘러싼 교육부와 대안학교 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모든 대안학교를 법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안학교 측은 교육부의 방침이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맞섰다.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이 둘러앉아 교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동아일보DB
대안학교 법제화를 둘러싼 교육부와 대안학교 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모든 대안학교를 법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안학교 측은 교육부의 방침이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맞섰다.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이 둘러앉아 교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동아일보DB
대안교육시설 법제화 문제를 놓고 교육부와 해당 시설들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전국에 약 230개 대안교육시설이 정식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 중”이라며 이 중 170곳(재학생 6762명)의 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대안학교’로 불리는 대안교육시설의 평균 1년 학비는 620만7000원이었고, 이 가운데 입학금만 1000만 원에 달하거나 1년 학비가 2000만 원이 넘는 곳도 있었다.

교육부는 법 밖에서 운영되는 대안학교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지원과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안학교 측은 “대안학교의 가장 큰 장점인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일부 귀족학교의 문제를 정부가 대안학교 전체 문제로 몰고 간다”고 맞서고 있다.

○ 귀족 대안학교 문제… 법으로 감독해야

미인가 대안학교를 법제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골격이 나왔다. 정부는 아직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대안학교 등록제를 시행하고 등록요건을 정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등록제를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대안학교가 ‘법적인 근거가 없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육부에 등록되지 않은 대안학교는 문제가 생겨도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지원을 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안학교 중 1000만 원이 넘는 고액 학비를 받는 곳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명 국제형 대안학교는 사교육이 변질된 형태의 교육시설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1년에 학비를 1000만∼2000만 원씩 받는 학교가 정부의 아무런 관리감독도 받지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안학교 등록제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런 귀족형 대안학교를 억제하고, 대안학교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 “자율성 말살”… 반발하는 대안학교들

대안학교 등록제가 시행되면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학교는 운영을 할 수 없게 된다. 법에 따라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에 회계 부정, 아동 폭행, 안전사고 등에 관한 처벌과 행정 제재도 강화된다. 귀족형 국제학교는 등록요건을 정해 진입장벽을 만들면 아예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대안학교들은 등록제가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말살한다고 반발했다. 정선임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은 “대안교육의 특성상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여 커리큘럼을 만들고 교과 과정을 조정해 나가는 학교가 많다”며 “등록제가 실시되고 교육부가 교과 과정에 수정을 명령하는 등 간섭을 시작하면 학생, 학부모, 교사의 자율권을 모두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등록제가 아니라 신고제라면 법과 학교의 자율성이 조화를 이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이러한 조치가 대안학교 교원들의 정치적 자율성을 억압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 대안학교는 사회 문제와 현장 수업을 중시해 집회나 시위 현장을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정부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정부가 대안학교 등록제를 통해 이를 감시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상훈 삼각산재미난학교 교장은 “우리 사회가 주목하는 갈등의 현장을 교육에 활용할 수도 있는데 이를 정부가 막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이라는 잣대를 어떻게 현장에서 적용할지 짐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단 법제화 방침을 밝히기는 했지만 대안학교 및 대안교육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역시 “학교, 학원, 평생교육 시설 외에 새로운 학습기관 하나를 법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므로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단기간에 법제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교육부는 공립 및 사립 대안학교와 미인가 대안학교 중 다문화, 탈북학생 대안학교 40곳에 총 20억 원을 지원한다. 미인가 대안학교 중에는 다문화 대안학교 5곳, 탈북학생 대안학교 6곳 등 11곳에 1800여만 원씩 총 2억 원을 지원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가 대안학교 지원이 주목적이지만 예외적으로 특정 미인가 대안학교들도 지원이 필요한 곳은 대상에 넣었다”며 “미인가 대안학교 법제화 문제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 기자
#대안학교#법제화#자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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