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농성장-움막 8곳 3년만에 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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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분뇨 뿌리며 격렬 저항
11일 경찰 2000여명 투입… 철거과정 주민-경찰 등 19명 부상

11일 오전 경찰의 지원을 받은 경남 밀양시 직원들이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농성장으로 쓰이던 움막을 철거하고 있다. 밀양=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11일 오전 경찰의 지원을 받은 경남 밀양시 직원들이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농성장으로 쓰이던 움막을 철거하고 있다. 밀양=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설치했던 경남 밀양시의 농성장과 움막이 11일 시와 경찰에 의해 모두 철거됐다. 이 과정에서 농성 중이던 주민과 경찰관 등 19명이 다쳤다.

밀양시는 이날 오전 6시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 진입로인 장동마을 입구의 농성장과 129번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의 움막을 뜯어냈다. 움막이 설치된지 3년 만이다. 철거 작업에는 공무원 200여 명이 동원됐다. 당시 30여 명의 주민이 분뇨를 뿌리며 강력하게 맞섰고, 수녀 20여 명도 스크럼을 짜고 저항했으나 경찰이 격리했다. 경찰은 이날 20개 중대 2000명을 철거 현장과 주요 길목에 배치했다. 밀양시는 평밭마을에 이어 부북면 위양마을 127번 송전탑 예정지의 농성장을 비롯해 101번, 115번 등 모두 8곳의 무허가 시설물 대부분을 철거했다.

한국전력은 직원 250명을 현장에 보내 농성장이 철거된 곳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정리 작업을 했다. 이날 강제철거에 항의하던 주민 김남순 씨(87·여)와 수녀 등 14명이 다쳐 병원으로 실려갔다. 경찰관 5명도 부상을 입었다. 박순연 씨(77·여) 등 주민 2명과 국회의원 보좌관 1명 등 3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한전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대신 엄청난 국가 폭력으로 밀양 어르신들을 제압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내년에 완공되는 울산 울주군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 4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순조롭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밀양 송전탑이 완공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전은 신고리 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에 이르는 90.5km 구간에 철탑 161기를 세우기로 했으나 밀양지역 4개면 52기는 주민 반대로 공사를 못하다 지난해 10월 공사를 재개했다. 이미 47기는 완공했거나 공사 중이지만 101, 115, 127, 128, 129번 등 5기는 주민들이 움막을 짓고 농성을 벌여 착공이 늦어졌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탑이 지나가는 밀양 30개 마을 중 28개 마을과 공사 합의를 마친 상황”이라며 “나머지 마을과도 대화를 통해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강정훈 manman@donga.com

문병기 기자
#밀양 송전탑#한국전력#신고리 원자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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