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 노인 40만명, 사실상 기초연금 혜택 못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5일 03시 00분


20만원 주고, 20만원 깎아… 결국 ‘0원’
복지부 “외국서도 소득으로 간주”… 시민단체 “극빈층 울리는 계산法”

혼자 살고 있는 기초수급자 노인 A 씨. 지금은 정부에서 생계급여(생계비)로 매달 38만531원을 받는다. 기초연금제도가 7월부터 시행되면 A 씨는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A 씨는 매달 정부로부터 기초연금을 합한 58만531원을 받게 될까.

아니다. 기초수급자들은 기초연금 액수만큼 생계급여가 깎이기 때문이다. A 씨가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는다면, 매달 받는 생계급여는 20만 원을 뺀 18만531원으로 줄어 여전히 38만531원만 정부로부터 받는다. 기초연금제도가 시행돼도 정부로부터 받는 총 지원액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A 씨처럼 극빈층 노인인 기초수급자 노인이 혜택을 못 보게 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기초수급자 중 기초노령연금 수령자들은 총 39만4015명. 이들은 기초연금을 받는다 해도 사실상 혜택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정부가 기초수급자들의 소득을 계산할 때 기초연금도 소득인정액으로 넣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초수급자에게 지원을 할 때, 당사자의 소득인정액과 정부의 지원금(생계급여 등)이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한다. 기초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이 많아지면, 정부에서는 생계급여를 덜 지원해도 당사자의 총소득은 최저생계비 이상이 된다. 그러니 정부는 당사자의 소득만큼 깎은 생계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와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가장 빈곤한 노인이 기초연금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4일 ‘요구서’를 배포하고 “기초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을 계산할 때 기초연금 수입은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반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으로 산정하지 않으면 기초수급자의 ‘가처분소득’(생계급여+기초연금)이 차상위계층보다 더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소득의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기초수급자는 계속 수급 상태에 남으려고 하고 차상위계층은 수급자가 되려고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를 봐도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안 잡는 나라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기초수급자들에게 주는 복지급여가 충분하면 기초연금을 중복 지급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기초수급자들에게 최소한의 품위 있는 생활도 하기 힘든 수준의 적은 금액을 주고 있으면서 기초연금을 받았다고 지원액을 깎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기초연금제도#기초수급#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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