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21만명 조문… 조금씩 일상찾는 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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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2일째 안산 표정
유족들 “진실규명” 5일째 침묵시위… 숨진 잠수사 추모 피켓 추가해 눈길

합동분향소 첫날부터 추모인파 4월 29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처음으로 정부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고잔동 올림픽기념관 임시 합동분향소에 있던 고인의 위패와
 영정들은 이날 정부합동분향소로 모두 옮겨졌고 수많은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안산=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합동분향소 첫날부터 추모인파 4월 29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처음으로 정부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고잔동 올림픽기념관 임시 합동분향소에 있던 고인의 위패와 영정들은 이날 정부합동분향소로 모두 옮겨졌고 수많은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안산=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7일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는 한산했다. 연휴 기간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이 몰렸지만 휴일이 끝나면서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화랑유원지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세월호 충격에 빠졌던 안산 지역은 이제 서서히 일상을 되찾는 분위기다.

사고가 발생했던 전남 진도 해역에서 수색작업이 계속되면서 분향소에 자리 잡은 영정사진은 어느덧 229개로 늘었다. 이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지난 연휴 동안(5월 1∼6일) 21만1563명이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145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그러나 7일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약 8300명(오후 10시 기준)뿐이었다.

유족 눈물 닦아주고… ‘그저 눈물을 닦아주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네요.’ 7일 정부합동분향소 입구에서 한 추모객이 침묵시위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안산=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유족 눈물 닦아주고… ‘그저 눈물을 닦아주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네요.’ 7일 정부합동분향소 입구에서 한 추모객이 침묵시위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안산=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날 조용히 분향소를 지킨 이들은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유가족이었다. 3일부터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특검 도입과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다 6일부터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보다 구체적인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분향소 앞에서 “제 아이가 웃을 수 있게 진실 규명을 바랍니다” “내 아이 보고 싶어 피눈물이 납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5일째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7일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수고하신 잠수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선체 수색활동에 투입됐다 숨진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를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일부 유족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수사 쪽으로 초점이 바뀌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주 발생한 서울지하철 추돌 사고와 북한 핵실험 징후 등 새로운 이슈가 부각되면서 유족들 사이에선 “아직 실종자들을 다 찾지도 못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분향소에서 만난 유족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실종자들이 바다 밑에 남아있다. 사건 수습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조문객이 줄어도 분향소가 운영되는 한 계속해서 진상 규명을 위한 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썰렁해진 분향소를 보고 “이제 마냥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산 주민 최모 씨(65)는 “이제 조금씩 관심이 시들해지는 것 같아 아쉽지만 어느 정도 조문객들은 다 다녀간 듯하다. 남은 아이들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슬퍼하던 사람들도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문객 안모 씨(34)는 “슬프고 우울해서 세월호 관련 뉴스를 보지 않은 지 오래됐다. 남은 실종자들을 빨리 찾아서 뒷수습이 잘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도우려는 지역 내 온정의 손길은 계속되고 있다. 인천 지역 기업인 모임인 ‘인천사랑회’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희생된 방현수(20), 이현우(19) 씨 유족에게 위로금 1000만 원을 각각 전달했다.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도 이날 700만 원을 유가족에게 위로금으로 내놓았다. 시민들도 십시일반으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억21000여만 원을 기탁했다. 이들은 청해진해운 측이 방 씨와 이 씨가 정식 승무원이 아니어서 장례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인천시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뒤 유가족을 돕기로 했다.

안산=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

인천=황금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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