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손뗐다던 兪씨, 회계사무실 통해 계열사들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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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유병언 일가 수사]
검찰, 회계법인 등 6곳 압수수색

주말 사이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측 계열사들의 회계·감사업무를 담당했던 회계사 사무실 등 6곳을 압수수색한 것은 회계사무실이 비자금 조성의 ‘진원지’라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유 전 회장에게 여러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에서 허위·가공 매출을 발생시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혐의(배임)를 두고 있다.

○ 회계사무실 아닌 사실상 ‘경영사무실’

검찰은 압수수색 대상 중 하나인 S회계사무실이 단지 계열사들의 회계·감사를 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유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사실상의 경영사무실로 경영 전반을 설계했다고 보고 있다. 이 사무실은 청해진해운 등 주요 계열사들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했고, 청해진해운의 모회사 천해지의 감사를 지낸 회계사 김모 씨(51)도 참여했다.

검찰은 회계사 등 사무실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으며 유 전 회장의 지시로 계열사 자금이 유 전 회장 일가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을 확인했다. 유 전 회장이 지시를 내리면 차남 혁기 씨(42) 등 회사 고위 인사들을 거쳐 회계사무실이 계열사 내부거래 등 경영 전반의 실무 작업을 실행했다는 것.

복잡한 지분구조를 만들어 국내 30여 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유 전 회장과 두 아들 명의로 각각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계열사로부터 하지도 않은 컨설팅 비용을 200억 원 이상 받아 빼돌리는 것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천해지가 유 전 회장의 사진작품을 126억 원에 떠안는 복잡한 합병 과정도 정밀하게 설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7일 유 전 회장 일가 전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해외의 유 전 회장 측 핵심 인물들이 귀국하지 않으면 여권을 무효화시키기로 했다. 또 회사 관계자가 보복을 우려해 조사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가명 조서를 활용하고 보복 범죄가 발생할 경우 엄벌하기로 했다.

○ 엉터리 회계·감사보고서 곳곳에 구멍


검찰이 회계사무실에 주목하게 된 것은 수사 초기 계열사들의 감사보고서 곳곳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2007년 ㈜새무리가 ㈜다판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모를 인수할 때부터 엉터리 회계·감사가 나타난다. 세모와 새무리 간의 거래를 설명한 세모의 2008년 감사보고서엔 새무리에 갚아야 할 정리채무 잔액이 10억7000만 원이라고 적시했다. 그런데 새무리가 공시한 정리채권 미수금은 67억8000만 원으로 돼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대리회사로 보이는 새무리가 허위 정리채무를 신고한 뒤 수십억 원을 상환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회계는 더 미심쩍다. 계열사들 간의 잦은 내부거래에 대해 거래 당사자인 각각 회사의 감사보고서엔 서로 다른 얘기가 적혀 있는 것. 청해진해운의 모회사인 천해지는 2012년 홀딩스와의 거래에서 지출한 돈이 3억8400만 원이라고 했지만, 홀딩스는 매출액을 단지 8400만 원으로 기재했다. 3억 원이 증발된 것이다. 그 밖에 문진미디어와 홀딩스의 거래, 청해진해운과 홀딩스의 거래에서도 문진미디어와 청해진해운은 “거래가 없다”고 했지만 홀딩스는 매년 8400만 원, 6000만 원씩 받았다고 기재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세월호 참사#유병언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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