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수연]장비-인력부족 타령에 오늘도 폐수는 콸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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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정책사회부
김수연·정책사회부
오폐수 종말처리장이 거꾸로 폐수방출처리장이 된 어처구니없는 일은 도대체 어떻게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일까.

세종시 전의오폐수종말처리장은 수질오염물질 농도를 측정·전송하는 시스템(수질TMS)을 조작해 수치를 허위 기재했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2011년 시설 설치 때에 비해 전의산업단지 내 공장이 늘어났고, 오수 성분이 달라져 당시 마련한 설비로는 기준을 맞추기가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처리장 측은 이번 단속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뒤 기계를 전면 교체할지, 부분 개조할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처리장 측의 이런 설명은 군색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처리장은 지난해 6월에도 기준치 초과 폐수를 무단 방출하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해명이 맞는다면 최소한 지난해 적발됐을 때 개선했어야 하지 않을까.

경기 용인시의 영덕공공하수처리시설은 원래 2명이 담당하던 ‘수(手)분석’을 최근 3개월간 한 사람이 담당했다. 인사로 인한 공백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분석’은 기계로 할 수 없는 수질 성분 분석으로, 대장균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염원을 직접 직원이 검사하는 과정이다. 배출수에 포함된 대장균은 시료 채집 24시간 내에 검사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이 시설은 주말 근무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금요일에 채집한 시료를 월요일에 분석해 왔다.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의 감독 소홀도 언제나 그렇듯 약방의 감초로 등장했다. 용인시는 “단속은 했지만 분석 날짜 등은 정확히 점검하지 못해 위반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시에서 관리하는 게 맞지만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은 전의산업단지협의회에서 다루고 있다”며 “이번 단속 결과를 통보받고 설비 결함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위반 업체 적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불과 3년 전에 설치한 시설이 왜 지금 정화처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것인지 당시 시설 설치, 예산 배정 과정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교대근무조차 할 수 없게 한 명만 남겨두고 인사를 한 처리장 기관장과 상급단체의 전문성도 따져야 한다. 환경부는 적발할 수 있던 사안을 왜 지자체는 못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오폐수종말처리장은 네 곳이다. 하지만 전국에 산재한 처리장 중 유독 이 네 곳만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전국의 오폐수처리장이 오폐수방출장이라면 얼마나 끔찍한가.

김수연·정책사회부 sykim@donga.com
#오폐수 종말처리장#폐수방출처리장#수질T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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