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잊혀져가는 동학농민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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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곳 혁명유적지 중 사적-기념물 지정 20건 뿐… 농민군 묘역-집강소 건물 등 훼손
올해 120주년… 체계적 보호 시급

올해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지 120년. 혁명 2주갑을 맞았지만 상당수 동학 유적지는 사람들에게 잊히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충남 금산의 소라니재는 전봉준 장군과 함께 동학농민군의 최고 지도자였던 김개남 장군이 남원을 출발해 청주로 가면서 금산을 장악하기 위해 큰 전투를 벌였던 곳. 그러나 이곳에는 안내문 하나도 없고 인근 주민들도 당시 전투가 벌어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구미란 전투에서 숨진 수많은 농민군이 묻혀 있는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무명 농민군 묘역’과 인근 원평 장터 안에 있는 농민군들의 원평 집강소 건물도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구미란에 묘역을 조성하고 집강소 건물을 매입할 계획이나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동학농민군이 처음 점령했던 고부 관아는 현재 초등학교로 바뀌었고 내아 건물만 남아 있을 뿐 동헌이나 객사 등 당시의 건물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국 365곳의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및 기념시설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유적지라는 사실조차 안내되지 않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120년 전 한반도를 휩쓸었던 농민군들의 규모에 비해 국가 사적 등의 문화재로 지정된 사례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현재까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것은 5건, 광역 시도의 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15건에 불과하다. 김개남 장군이 태어난 전북 정읍시 산외면 정량리의 생가도 보존되지 않고 있고 혁명 당시 살았던 산외면 동곡리 지금실 고택에는 동상이나 기념물 등 어떤 유적도 없는 실정이다. 김대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은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관심이 중요하다. 유적이 더 훼손되기 전에 문화재 등록을 포함해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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