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주 외국인근로자 “돈 더 주는 서울 가게 해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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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공장 - 농어촌 “그들 떠나면 문 닫아야 할판”

“농어촌 싫어요. 월급을 더 주는 서울 등 수도권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광주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에는 매일 “일하는 곳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외국인 근로자의 전화가 1, 2건씩 걸려온다. 일자리를 옮길 수 있는 ‘사업장 변경 신청’에 사업주가 동의하도록 도움을 달라는 것. 광주고용센터에도 한 달 평균 200건 정도의 사업장 변경신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처럼 시행 10년째를 맞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변경신청 마찰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에서 최장 4년 10개월 동안 일하며 모두 5차례 사업장 변경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가 동의를 해줘야 한다. 사업주 동의 없이 일자리를 옮기면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된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농어촌 기피현상과 서울 등 수도권 공장 선호현상이 뚜렷하다. 월급이 20만∼30만 원 높고 작업환경이 좋을 뿐 아니라 문화시설도 많기 때문이다. 또 동포들이 집단 거주하는 것도 선호 이유다.

하지만 벽지 농어촌이나 열악한 지방 영세공장일수록 외국인 근로자 인력의 필요성이 더 절박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나 어업을 중단하거나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농어촌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주 간에 사업장 변경신청을 놓고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일부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 변경에 동의해주지 않는다”며 태업을 하고 일부 사업주는 “동의 없이 일자리를 옮기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지난달 광주의 한 영세공장에서 일어난 A 씨 등 외국인 근로자 3명과 사업주 B 씨의 갈등의 원인 중 하나는 사업장 변경신청이었다. A 씨 등은 “B 씨가 임금체불은 물론이고 잦은 욕설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B 씨가 90도 강제 인사와 비 오는 날 풀 뽑기 등을 시켰다”며 사업장 변경신청을 요청했다. 반면 B 씨는 “A 씨 등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이들이 일자리를 옮기기 위해 태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 등이 나서자 B 씨는 최근 사업장 변경신청에 동의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B 씨를 폭행행위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외국인고용허가제는 2004년 8월 중소기업 인력난과 저개발 국가 외국인 불법체류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2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관계자는 “광주전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1만4000명 정도”라며 “임금체불, 인권침해 등 명백한 불법 행위에는 개입할 수 있지만 사업장 변경신청 마찰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등은 사업장 변경신청 마찰을 줄이기 위해 농어촌에서 일할 외국인 근로자로 현지 대학생이나 엘리트 대신에 농부나 어부를 선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근로자 선발에는 영어 실력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보다는 한국의 선진 농어업을 배우려는 근로자를 선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도권 선호현상을 막기 위해 비수도권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건강보험금을 일정액 할인해 주는 유인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광주고용센터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농어촌이나 중소기업 생산의 한 부분인 만큼 오지 농어촌이나 비수도권 영세공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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