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 맛집, 추천만 믿었다간 ‘쓴맛’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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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50만원 주면 맛집 선정”… 먹거리 블랙블로거 기승

충남 천안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47·여)는 한 블로거로부터 ‘음식 사진을 몇 장 보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 블로거는 며칠 뒤 업소를 방문하지도 않은 채 ‘천안의 맛집’이라고 소개한 뒤 A 씨에게 사례금을 요구했다. A 씨는 “블로거가 돈을 요구해 거절했다. 음식점을 와보지도 않고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누리꾼을 농락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참치 전문점을 운영하는 B 씨(57)는 한 인터넷 신문에 맛집으로 소개된 뒤 황당한 일을 당했다. 그는 “몇몇 블로거가 인터넷 기사를 봤다며 식당을 찾아와 고가의 참치를 무료로 달라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접대를 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일부 먹거리 블로거들의 상술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40만∼50만 원만 주면 인터넷 맛집에 선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블로거들이 추천한 맛집이 왜 맛이 없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박기명(가명·45·여) 씨는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블로거의 추천을 받은 식당을 찾았다가 기분만 상했다. 음식 맛은 기대에 못 미쳤고 바가지요금에 불친절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는 약 1000만 명. 이 가운데 하루 수천∼수만 명이 방문하는 맛집 파워 블로거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들의 호평 혹은 악평에 따라 해당 업소의 매출도 춤을 추기 때문이다. 일부 블로거는 섭외 담당 직원까지 고용해 업소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54)는 올해 초 자신을 ‘맛집 파워 블로거’라고 소개한 20대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식당을 블로그에 올려주는 대가로 40만 원, 월 관리비 5만 원을 달라”는 거였다. 김 씨는 장사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이 블로거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식당에서 식사 대접까지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인터넷에서 식당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손님도 늘지 않았다.

맛을 담보하지 않은 채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일부 업소의 상술도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일부 블로거에게 돈을 지불하고 홍보성 글을 올려달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고깃집을 운영하는 C 씨(48)는 “빠른 시간 내에 식당을 알리는 방법은 블로거를 이용하는 게 최고”라며 “그들에게 잘못 보이면 ‘악성 글’을 올려 식당이 문을 닫는 경우도 있어 함부로 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 일부 맛집 블로거를 제재할 방법은 없는 게 현실이다. 식당 측이 정정보도나 반론권을 보장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음식칼럼니스트 이성희 씨(55)는 “새로 문을 연 식당들이 블로그에 홍보를 요청하고, 상업적인 블로거들도 이를 악용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맛집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여행을 할 때는 인터넷 검색만 할 게 아니라 해당 지역 관공서에서 소개하는 맛집을 찾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채널A 영상]“직접 체험했다더니…” 광고로 물든 블로그


#먹거리#휴가철#피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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