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독서캠페인… ‘단 한 번의 연애’등 22권 변종 사재기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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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료 2500원만 부담하면 책보내주기… 서평업체, 인터넷서점서 6개월간 진행
서점 매출로 집계… 베스트셀러에 반영, 출판사 “판촉의 방법… 사재기 아니다”
불법유통신고센터선 과태료 부과 검토

작가 성석제의 장편소설 ‘단 한 번의 연애’, 가수 인순이의 에세이 ‘딸에게’를 비롯한 도서 22종이 사재기 의혹에 휩싸였다. 이 책들은 한 도서요약전문업체의 독서캠페인을 통해 독자들에게 배송됐는데, 출판계 사재기 감시기구인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는 이를 ‘변종 사재기’라고 판단하고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황석영의 ‘여울물 소리’에 이어 이번엔 20개 출판사, 22종의 책이 무더기로 사재기 논란을 빚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출판사가 직원이나 지인들을 통해 직접 사재기를 했으나 이번에 적발된 사안은 독서캠페인이라는 형식으로 불특정 독자들을 끌어들였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성석제의 ‘단 한 번의 연애’는 지금까지 3만 부가 판매됐고, 올해 1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 3위까지 올랐다.

○ 사재기 수단으로 변질된 독서캠페인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가 문제 삼은 것은 도서요약전문업체 북코스모스가 1월부터 진행 중인 ‘얼리버드 캠페인’이다. 이 업체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매달 1∼7종의 ‘우수 신간도서’를 선정해 왔다. 회원들은 배송료 2500원만 부담하면 해당 신간을 받아볼 수 있다. 북코스모스 회원은 10만 명에 달한다.

언뜻 보면 독서 진흥을 위한 공익성 캠페인처럼 보이지만 사재기의 비밀은 배송 방법에 숨어 있다. 이 캠페인의 도서 배송은 북코스모스나 출판사가 아니라 교보문고나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진행된다. 이 때문에 독자가 신청한 도서는 인터넷 서점의 매출로 집계되고, 또한 해당 서점이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그대로 반영된다.

출판사들은 자사의 책을 손쉽게 순위에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가의 약 35%에 달하는 제작비 손실을 감수하고 북코스모스에 권당 약 2000원씩을 추가로 지원하면서 캠페인에 참여했다. 북코스모스는 출판사의 지원금 외에도 인터넷 서점으로부터 마일리지를 적립받고, 회원들에게서 연 9만 원의 회원비를 받아왔다.

출판사들은 권당 500∼5000부씩 참여했는데, 6개월여 동안 모두 6만3000부가량을 캠페인 행사에 보냈다. 성석제의 ‘단 한 번의 연애’(휴먼앤북스)는 5000부, 인순이의 ‘딸에게’(명진출판)는 3000부, 제9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박향의 소설 ‘에메랄드 궁’(나무옆의자)은 3000부, 신정근의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21세기북스)는 4000부 등이었다.

○ 성석제, “작가로서 큰 상처다”

출판사들은 해당 캠페인이 사재기 방법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다.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는 “판촉의 한 방법으로 생각했을 뿐 사재기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인순이의 책을 펴낸 명진출판사도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량이) 집계되는 줄 몰랐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을 벌인 북코스모스의 최종옥 대표는 “광고나 판촉의 방법일 뿐 사재기가 아니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는 “북코스모스는 인터넷 서점에 판매 수치가 집계되는 것을 ‘부수적 효과’라고 말하지만 이런 효과가 없다면 출판사가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변형된 사재기의 한 유형으로 보고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도 최근 실무회의에서 “사재기 요소가 강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석제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혀 몰랐다. 날벼락 같은 일이어서 굉장히 난감하다. 출판사가 하는 마케팅에 관여한 적도 없거니와 내가 관여할 부분도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작가가 신경 써서 할 수 없는 부분이 결국 작가에게 가장 큰 짐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작가로서 상당히 큰 상처다”라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반론보도문]

본보는 6월 12일자 A13면 “수상한 독서캠페인…‘단 한 번의 연애’ 등 22권 변종 사재기 의혹” 제하의 기사에서 도서요약 전문업체 북코스모스가 올해 1월부터 진행 중인 ‘얼리버드 캠페인’에 대해 사재기 감시기구인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가 ‘변종 사재기’라고 판단하고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북코스모스(최종옥 대표)는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로부터 현재 얼리버드 캠페인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검토 중이며, 센터는 과태료 부과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전달받았고, 본사는 얼리버드 캠페인이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법적 검토를 받은 바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의한 것입니다.
#사재기#독서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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