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수원, JS전선 현직 아닌 前대표 고소… 대기업 눈치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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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검증 위조관련 3명 ‘이상한 고소’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 부품 검증서류 위조에 연루된 기관 및 관련자들을 고소하면서 ‘원전 마피아’와 대기업 오너 일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지적이 원전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와 달리 책임을 피하기 힘든 관련자들이 고소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번 원전비리 사건이 터진 직후 불량 케이블을 생산한 JS전선의 전 대표 황모 씨와 새한티이피의 현 대표 오모 씨, 검증 데이터를 직접 위조한 이 회사 전 직원 문모 씨 등 3명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일반적으로 법인을 대상으로 고소할 때에는 법인의 현재 대표가 대상에 포함되지만 한수원은 JS전선의 현직 대표 대신 전직 대표를 고소했다. 현재 JS전선 공동대표 중 한 명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구자엽 LS전선 회장이다.

JS전선은 시험성적서 위조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이 회사 임원이 최근 음독자살을 시도하면서 원전비리의 한 축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수원이 2년 전 이미 퇴직한 전 대표만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원전업계에서 국내 최대 전선업체인 LS그룹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한수원 측은 “검증서류 위조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시기의 회사 대표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성적서를 위조한 새한티이피에 대해서는 위조 당시 대표를 고소 대상에서 제외해 해명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새한티이피는 2006년부터 서류를 조작했다. 하지만 이번에 고소를 당한 오 씨는 2007년 말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 전에는 한국전력기술 부장 출신인 고모 씨가 새한티이피 설립 초창기부터 대표를 맡았다.

고 씨와 오 씨가 이어서 대표를 맡은 기간에 시험성적서 위조가 이뤄졌는데도 고소 대상에서 한전기술 출신만 빠진 것이다. 오 씨는 새한티이피에서 주로 영업을 담당했으며 원전업계에서는 ‘비주류’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오 씨에 대해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부산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가 성적서 위조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수원의 고소 조치는 지난해 발생한 부품 검증서 위조사건 당시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한수원은 당시 국내 기업에 위조 검증서를 건네준 해외 납품 에이전시를 고소하면서 위조가 이뤄질 때 대표였던 전 대표뿐만 아니라 그 뒤 취임한 현 대표도 함께 고소했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수원이 대기업은 눈치를 보느라, 같은 식구인 한전기술 출신은 감싸느라 손을 못 대면서 힘없는 사람들만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원전업계에서 돌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위조된 시험성적서 승인과 관련한 뒷거래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민간 제조·시험업체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고 한국전력의 자회사이자 최종 승인기관인 한전기술이 무사통과시키는 데 뿌리 깊은 유착 고리가 작용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은 새한티이피와 JS전선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5일 한전기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이 회사 부장급 직원 한 명을 체포했으며 6일에는 한전기술 사무실과 직원 자택에서 압수한 1t 트럭 분량의 시험성적서 승인 관련 서류, 컴퓨터 파일 등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한수원이 지난해부터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기본급 대비 200%의 상여금을 추가로 임직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을 고쳤다고 주장했다.

세종=황진영 기자·부산=조용휘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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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한수원#JS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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