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일가족 살해’ 외삼촌인 경찰관이 증거인멸 시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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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문병갔다 범행 실토 받고… 경찰에 안알린채 車세차 시켜
피살된 부모-형 보험금만 26억

‘전주 일가족 3명 살해 사건’의 범인 박모 씨(25)의 외삼촌인 경찰관이 박 씨의 범행 사실을 알고도 증거를 인멸하도록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부모와 형에게 수면제가 들어 있는 음료수를 먹인 뒤 연탄불을 피워 숨지게 한 박 씨는 범행 당일 외삼촌인 부안경찰서 줄포파출소 황모 경사(42)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사건 당일 가스를 마셔 전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박 씨는 문병 온 외삼촌에게 “형이 제안해 부모님을 살해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황 경사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은 채 다음 날 박 씨 친구들에게 범행에 사용된 화덕과 연탄을 실어 나른 차를 세차하고 범행을 모의했던 박 씨의 원룸도 치우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황 경사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은 증거인멸 과정에 참여한 박 씨 친구들이 3일 경찰에 자수하면서 드러났다. 황 경사는 “조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살리고 싶은 마음에 조언을 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살해된 일가족 3명 앞으로 가입된 보험은 32개였으며 사망 시 보험금은 총 26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보험은 아버지(52) 앞으로 11개(7억6000만 원), 어머니(55) 앞으로 11개(13억9000만 원), 형(27) 앞으로 10개(4억3000만 원)가 가입돼 있었다. 대부분은 범행과 관계없이 가입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인 둘째아들이 직접 보험을 가입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박 씨 가족의 재산은 5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박 씨가 보험 가입 사실을 알고 범행을 저질렀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박 씨가 사이코패스인지 검증했지만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다. 박 씨는 유치장에서 “여자친구와 단둘이 만나게 해 주면 범행 동기를 밝히겠다”, “나는 머리가 똑똑하다”라고 말하고, 다른 수감자들과 쾌활하게 지내는 등 사이코패스로 의심할 만한 언행을 보여 왔다.

박 씨는 지난달 30일 전주시 송천동 아파트 작은방에서 부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연탄불을 피워 숨지게 했으며, 이어 함께 술을 마신 형도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일가족 살해#증거인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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