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갈등으로 대표 사퇴… 토크하우스 외국어 수업에 원어민 대신 유학생 투입
수강생들 “강사 질 떨어져”… 市 “비상임 대표 임명 추진”
12일 인천 씨티은행 빌딩 2층 인천시국제교류센터 토크하우스. 센터 운영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시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외국어 스터디클럽, 글로벌 테마강좌, 자매우호도시 교류 등 다양한 해외 문화교류 사업을 펼쳐 왔던 인천시국제교류센터가 방황하고 있다. 이 센터를 이끌어 왔던 대표가 인천시와의 갈등으로 물러난 뒤 8개월간 대표 공석이 이어지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11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씨티은행빌딩 2층에 있는 인천시국제교류센터 ‘토크하우스’. 한국인과 외국인의 문화교류 카페인 토크하우스에서 진행되는 ‘영어 스터디클럽’을 마친 동아리 회원 10명이 내년부터 바뀔 강의 체제에 큰 불만을 토로했다. 센터가 그동안 자율 영어수업을 지도해 주던 원어민 강사 대신 한국 대학에 유학 온 해외 대학생을 투입하기로 한 방침을 이날 수강생에게 통보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6개월간 이 스터디클럽에 참가하고 있는 이세란 씨(30·여)는 “참가자가 저렴한 비용(월 2만 원)을 내고 외국인과 자유롭게 영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토크하우스의 운영 체계가 시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며 “기존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센터가 여론 수렴 없이 멋대로 강의 시스템을 바꾸려 한다”며 “이제 스터디클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토크하우스가 진행하는 스터디클럽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아랍어 등 8개 외국어. 인천지역 5개 토크하우스 중 구월동 1호에만 매달 550여 명의 회원이 70개 안팎의 스터디클럽을 만들어 매주 1, 2차례 자율 수업을 하고 있다. 원어민이 각 클럽에 ‘자문 강사’(어드바이저)로 나서 매회 30∼60분씩 프리토킹 형식으로 강의하고 있다.
센터 측은 경비 절감을 이유로 원어민 강사 대신 외국인 유학생을 자원봉사자 형식으로 모집해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월동 토크하우스의 경우 원어민 강사가 23명이어서 경비 절감 액수는 고작 월 600만 원에 불과하고, 강사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도 높다.
센터 관계자는 “대표 공석의 장기화로 센터가 원칙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내부 불만도 높다”면서 “그동안 어학 자격증이 있거나 강의 경험이 있는 강사를 선발해 토크하우스에 투입해 왔는데, 유학생이 강사로 나설 경우 책임감이 크지 않고 수업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글로벌 시민강좌와 타 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상반기까지 활발히 진행되다 7월 이후엔 열리지 않고 있다. 2월 한-이란 수교 5주년 기념 인천 공연, 2∼4월 중국 인문·사회 오디세이 시민강좌, 3월 러시아 예술제, 5∼6월 동유럽 문화강좌, 7월 한-우크라이나 수교 20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다. 이후엔 이런 프로그램이 이어지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제교류센터 대표가 인천시장의 눈 밖에 나 갑자기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변에서 천거한 후임자가 여러 명 있었지만 모두 고사해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시는 인천대 J 교수를 기존의 상임 대표가 아닌 비상임 대표로 맡기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교류센터는 13일 이사회를 열어 이런 문제 등을 논의했다.
:: 인천시국제교류센터 ::
2007년 인천시 출연기관으로 설립됐다. 대표는 공모 형식을 띠지만 시장 캠프에서 천거한 사람을 임명하는데, 그간 2명(외교통상부 대사급 4년, 대우그룹 사장 출신 1년)이 거쳐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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