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관리 놀라워… 韓기술 배우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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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江 포럼’ 대구서 개막

“강이나 호수의 물이 말라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인류가 마주친 중대하고 위협적인 문제가 현실이 되고 있다.”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 폴 케네디 예일대 석좌교수(67)는 20일 “지금은 물 문제에 따른 인류의 흥망을 고민하고 대책을 세울 때”라며 “담수(소금기 없는 민물)를 얼마나 잘 관리할 수 있느냐가 강대국의 조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케네디 교수는 이날 대구 호텔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열린 ‘2012 세계 강 포럼’에서 “강대국의 미래는 강(江)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케네디 교수는 “지구의 물 가운데 담수는 2.5%에 불과하고, 이 중 생활에 쓰는 물은 0.001%밖에 안 된다”며 “기후학자 정도만 알고 있을 이 믿기 어려운 사실을 더이상 지나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화에 따른 인구 증가와 도시화 등으로 담수 사용이 빠르게 증가해 통제불능 상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걱정했다.

그는 “180년 전 10억 명이던 세계 인구는 이제 70억 명을 넘었고, 물 수요는 인구 증가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물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잃으면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국가 존립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물 부족과 그에 따른 갈등과 다툼이 인류의 흥망을 좌우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폴 교수는 “각국의 강은 세계의 미래와 직결되므로 오늘 이렇게 모여 물을 걱정하는 노력은 꼭 성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해양부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한국수자원공사가 20, 21일 여는 이번 포럼에는 세계물위원회(WWC)와 유네스코 국제수문(水文)자원계획, 메콩강위원회 등 6개 국제기구 책임자와 미얀마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나이지리아 우간다 콩고 등 12개국의 수자원 분야 장관 및 차관, 수자원 전문가 등 800여 명이 참가했다. 포럼의 화두는 인구 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물 사용 증가,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 관리, 강의 효과적인 활용이다.

윌리엄 코스그로브 WWC 전 위원장은 “물 관리는 인구와 기후 기술 경제 등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얽혀 신속하고 좋은 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일상생활에 안전한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과제를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물 관리 계획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온 참가자들은 물 관리가 안 돼 물이 부족해지는 현실을 이겨낼 모범 답안을 한국의 강 관리 사례에서 찾으려고 했다.

‘아프리카의 진주’로 불리는 우간다의 경우 나일 강과 빅토리아 호수 덕분에 수자원은 풍부하지만 건기와 우기에 따른 가뭄 및 홍수가 반복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간다 국회 자연자원위원장인 로즈마리 난수부가 의원은 “낙동강 수자원 관리방식이 매우 놀라웠다”며 “한국의 기술을 도입해 아프리카에서 모범적인 수자원 관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 흘라잉 미얀마 농업관개부 장관은 “강수량이 어떻든 결국 물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며 “한국의 사례는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21일 수자원 관리에 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한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강을 잘 관리하는 나라가 강대국이라는 케네디 교수의 메시지는 의미가 깊다”며 “4대강 살리기를 통해 쌓은 강 관리 역량을 발전시켜 지구촌 물 문제에 앞장서 대처하는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낙동강#강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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