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가짜석유 주유소 등 유통… 車 폭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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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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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35명 적발… 21명 입건
메탄올 섞어 연료통 부식 우려… 사고땐 보험혜택도 못받아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올해 2월 L당 2001.07원으로 2000원대 벽을 넘은 이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 기간 일부 주유소에서는 1800∼1900원대에 휘발유를 팔았다. 도로 한쪽에서는 L당 1400원가량을 받고 휘발유를 파는 노점상도 있었다.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서는 팔기 어려운 싼값의 이 휘발유 가운데 일부는 가짜 휘발유였을 가능성이 높다.

1조597억 원 규모의 가짜 석유를 만들어 유통시킨 일당이 한국석유관리원과 경찰에 적발됐다. 조직원 35명이 유통시킨 가짜 휘발유와 경유는 지난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된 전체 휘발유 경유의 2%에 달한다. 승용차에 50L씩 채운다면 640만 대에 주유할 수 있는 양이다.

서울수서경찰서는 11일 가짜 석유를 만들어 시중에 유통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로 서모 씨(39) 등 21명을 붙잡아 6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달아난 14명은 추적 중이다.

석유관리원은 지난해 10월 가짜 석유의 원료가 되는 용재(원유에서 나오는 시너 솔벤트 등) 유통 경로를 추적하던 중 산업용 수요보다 많은 양이 국내에서 유통돼 유사석유 제조에 쓰인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경찰과 공동으로 수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짜 석유를 만들다 4차례나 적발된 전과가 있는 서 씨 등은 유령 회사를 차리고 자금관리와 원료 공급, 운송책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어 인적이 드문 야산 가건물이나 폐공장에서 용재에 메탄올 톨루엔 등을 섞어 가짜 휘발유를 만들었다. 용재와 메탄올 톨루엔을 각각 실은 탱크로리가 고속도로 갓길에서 만나 이를 즉석에서 섞은 뒤 수요처로 떠나는 수법도 썼다. 가짜 경유를 만들 때는 용재에 저렴한 선박용 등유를 섞었다. 경찰은 원료값을 제외하고 이들이 취한 부당이득이 약 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만든 가짜 휘발유 2억2000L와 가짜 경유 1억 L는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쳐 길거리 소매상이나 주유소에 팔렸다. 경찰은 주유소 업자들이 가짜 석유를 도매상에서 사온 뒤 정상적인 휘발유나 경유보다 싸게 팔았을 것으로 보고 판매처로 의심되는 전국의 주유소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브랜드 간판을 단 주유소들도 비쌀 때는 소속 회사가 아닌 도매상을 통해 석유를 사들이기도 한다. 업주들이 고의로 가짜 석유를 구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가짜 석유를 넣으면 자동차 엔진 연료탱크가 빨리 부식돼 폭발 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오영권 석유관리원 유통관리처장은 “가짜 석유를 넣고 차량 운행 중 사고가 나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차도 고장이 난다”며 “주유 뒤 매연이 심하게 나오거나 연료소비효율이 떨어지면 해당 주유소가 가짜 석유를 판매하는 건 아닌지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가짜 석유#자동차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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