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스쳤을까? 못잡은 性범죄자 9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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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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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 미검거율 11%



최근 5년간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붙잡히지 않은 성범죄자가 9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피의자를 검거하지 못한 사건 비율도 최근 3년 사이 큰 폭으로 늘어 경찰 치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은 5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발생한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 8만1860건 가운데 7만2671건은 피의자를 검거했지만 11.2%(9189건)는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동일한 범죄자가 여러 건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지만 한 사건을 여러 명의 공범이 저지른 사례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5년간 최소한 9000명의 성범죄자가 경찰 수사를 따돌리고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셈이다.

전체 성범죄 건수는 2007년 1만3396건에서 1만9498건으로 1.4배로 증가했다. 범인을 못 잡은 사건 수는 2007년 1277건에서 지난해 3094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 발생 건수에 비해 미검률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성범죄자 미검률은 2007년 9.5%에서 지난해 15.9%로 급격히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미검률이 급격히 높아진 데는 성범죄 신고 건수가 증가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성범죄 신고를 꺼리던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가 확충되면서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서는 피해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가 변호사의 도움을 폭넓게 받을 수 있고 피해자 보호 제도가 개선되면서 신고가 크게 늘었다”며 “하지만 한정된 경찰 인력이 더 많은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미검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범죄 발생건수는 2007년에 비해 지난해 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찰 인력은 9만6324명에서 10만1239명으로 5.1% 증원되는 데 그쳤다. 성범죄 발생 증가 추세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절도(+26%) 살인(+13%) 강도(―1%) 폭력(―1%) 등이 보인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는 수준이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강제추행 범죄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7395건이 발생해 385건(5.2%)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강간·강제추행 범죄에서 피해자가 아동이나 청소년인 경우는 2007년 6.4%에서 지난해 10.5%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성범죄 피해자 10명 중 아동 청소년이 1명일 정도로 늘었지만 미검률은 2007년 5.4%에서 6.8%로 되레 높아졌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무리를 지은 가출 청소년들이 서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성인 범죄자에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성범죄자#미검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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