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보트까지 동원해 암컷대게 불법 어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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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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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200여명 입건… 동해 생산량 매년 격감

지난해 11월 3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바닷가에서 경찰이 발견한 고무보트에
불법 어획한 암컷 대게가 가득 실려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지난해 11월 3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바닷가에서 경찰이 발견한 고무보트에 불법 어획한 암컷 대게가 가득 실려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오전 4시경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바닷가.

검은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남자들이 순찰차를 보더니 보트를 버려둔 채 달아났다. 이 보트에는 일명 ‘빵게’로 불리는 암컷 대게 6200여 마리가 가득 실려 있었다. 암컷 대게는 연중 어획이 금지된 품목. 이들은 해상에서 불법 어선이 잡은 암컷 대게를 옮겨 싣고 인적이 드문 시간에 몰래 육지로 운반해 시중에 유통시키려 한 것이다.

경북 동해안의 주요 특산물인 대게가 이처럼 무분별한 암컷 불법어획 때문에 생산량이 매년 줄고 있다. 3일 경북도에 따르면 대게 생산은 2007년 4817t에서 2010년 2646t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구온난화로 동해 수온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암컷 대게나 어린 대게(등딱지 지름 9cm 미만)를 마구 잡는 불법 어획이 대게 자원 유지에 큰 영향을 준 것.

포항해양경찰서는 최근 3년간 대게 불법 포획 혐의로 200여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풀어준 암컷 대게와 어린 대게는 20여만 마리나 된다. 암컷 한 마리가 품은 알은 5만∼7만 개다.

암컷 대게와 어린 대게를 불법 포획해 유통하려다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불법 암컷대게 어획은 줄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수법은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치밀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암컷 대게가 맛이 좋다 보니 대량으로 잡기 위해 불법 어획과 운반, 유통 등을 담당하는 전문 조직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보기에는 일반 어선이라도 배 아래 대게창고를 따로 설치하는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치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어두운 밤에 한두 대씩 이뤄지는 불법 어획을 현재의 경찰력으로 단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이렇게 무조건 잡고 보자는 식의 불법 어획이 어업 질서를 어지럽히고 대게 생산량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암컷대게#불법어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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