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는 A 씨는 영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영어 수업과 경영·재무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는 과정을 신청했다. 이 과정을 수료하면 케임브리지 인증 금융영어자격증(ICFE)과 비즈니스영어자격증(BEC)을 준비할 수 있다. 그는 “큰돈 들여 외국에 나가는 건데 영어 수업만 듣는 것보다 전공과 관련이 없는 분야도 배울 수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유학 경향이 바뀌고 있다. 어학만이 아니라 자격증이나 인턴십까지 가능한 ‘어학연수+알파’를 시도한다. 어학 성적이 좋다고 해서 취업에 특별히 유리하지 않으니 또 하나의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다.
유학 가서 따는 자격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테솔(TESOL)이다. 국제영어교사 양성 자격증으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영역에 대한 교습법을 배운다. 영어교사를 희망하지 않는 학생에게도 인기 있다. 대학생 B 씨(여)는 “최근 기업체에서 실용영어 구사능력을 강조하다 보니 토익·토플 점수만 있는 학생보다 더 실력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자격증까지는 아니어도 수료증 역시 인기를 끈다. 호텔관광학을 전공하는 C 씨는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영어+호텔·관광 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12주로 단기였지만 과정을 마치니 수료증이 나왔다. 취업할 때 경력사항에 쓸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법률 수업의 90% 이상을 출석하면 수료증을 주는 영어+법률 과정도 있다.
다양한 경험과 재능을 스펙으로 쌓으려는 학생도 있다. 뉴질랜드의 영어+스키·스노보드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전과 저녁에는 영어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스키나 스노보드를 배운다. 커피를 만들며 영어를 배우는 바리스타 과정, 번지점프나 래프팅, 승마를 체험하며 영어를 익히는 탐험영어 과정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겨울 스키 과정을 배우러 뉴질랜드 퀸스타운에 12주 동안 다녀온 대학생 D 씨는 “입사 자기소개서에 공부 스펙 말고 독특한 걸 보여주고 싶었다. 협동심이나 모험심을 키운 사례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자기 전공과 관련 있는 분야에서 인턴십까지 마치고 온다. 지난달 캐나다로 떠난 E 씨(여·경영학과)는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는 비자를 받았다. 정규대학이나 칼리지 과정을 1년 이상 등록하고 그중 6개월 이상 어학연수를 받으면 나머지 기간은 인턴 경험을 하는 식이다. 영어 실력이 뛰어나면 유급으로 일할 수도 있다. 그는 “이왕이면 현지 회사에 마케터로 취업해 실무도 경험하고 용돈도 조금 벌고 싶다”고 말했다.
이세현 유학네트 강남지사 유학플래너(여)는 “요즘 대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토익 700∼800점에 말하기 실력이 어느 정도 된다. 이 때문에 1년 중 절반 정도만 어학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다른 스펙을 쌓고 싶어 한다. 수업료를 절반만 내면 되므로 비용도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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